살인마와 목격자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기 시작할 때부터 '목격자'는 갈팡질팡한다. '아파트'를 통해 집단이기주의를 표현해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하지만, 그것 말고는 채울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이 보인다. 스릴러로서의 플롯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특히 엉망인 건 악역의 동선이다. 사이코 살인마에게 꼭 상식적인 동기까지야 필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동선 정도는 상식선에서 움직여야 한다. 이 살인범은 살해 현장인 아파트에 대범하게 나타나 활개를 치는가 하면, 아예 경찰 수사를 따라다니며 사람을 죽이는 말도 안 되는 행보를 보인다. 그가 목격자를 해코지하지 않으면 아예 성립이 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는 아예 그를 에이리언 같은 초월적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고 해서 스릴러가 되는 게 아니다. 갑자기 튀어나와 피바다를 만든다고 해서 서스펜스가 완성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이걸 착각하니 영화가 온갖 자극으로만 채워 넣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목격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영화를 대표하는 정서인데, 나서서 더 많은 목격자를 만들어주는 악인이라니, 뭔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그렇다고 목격자의 정서나 내적 갈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은 최초에, 혹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신고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살인범처럼 상식 밖의 행동을 거듭한다. 주인공에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딜레마를 부여하기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는 탓이다. 사람들이 다 죽어나갈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이웃의 지적장애 소년을 걱정하는 갈지자 행보는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종국에는 이기적인 목격자가 가족을 지켜야 하는 소시민 영웅이 되기까지 한다. 이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범인 얼굴만 보여도 벌벌 떨었던 목격자가 갑자기 추격자가 되는 전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외의 부분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부분, 상식이 작동되는 곳이 없다. 아파트값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이기주의는 최소한의 안전까지 포기할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를 잡으러 다니는 듯한 경찰의 무능은 움직이는 행보마다 영화의 개연성을 파괴한다.
메시지만 놓고 보면 그래도 꽤 그럴듯한 장면들이 있긴 하다. 결말 즈음의 몇몇 신이 그렇다. 산사태 장면은 이기적인 방관이 만든 거대한 무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은유하고, 텅 빈 주차장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쳐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정한 아파트 지옥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장면들이 영화 내내 이어진 우스꽝스러운 전개를 희석시키진 못한다. 사람 죽이는 데는 이유가 없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플롯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야기 어디에도 상식적인 이유가 없으니, 결국 메시지만 기름처럼 둥둥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