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ices, 2015
정신병자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동화풍의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다. 정신 질환에 대한 접근과 심리 묘사는 세심한 편이지만, 이야기에서 이렇다 할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다소 흠이다. 그래도 서로 붙지 않을 것 같은 성격의 장르들을 섞어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귀여우면서도 섬뜩한 이미지는 1986년작 '헨리:연쇄살인범의 초상'이나 미드 '덱스터' 시리즈를 웨스 앤더슨이나 팀 버튼이 만들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상상하게 한다. 잘린 머리들이 냉장고에서 말을 거는 설정은 1997년작 '가방 속의 여덟 머리'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잔뜩 뒤틀린 유머를 라이언 레이놀즈가 잘 표현해내며, 필모그래피에 남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개 보스코, 고양이 미스터 위스커스, 회상 장면에서의 양말 인형 모두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 연기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충돌하는 주요 공간은 바로 제리(라이언 레이놀즈 扮)의 집이다. 제리의 환상, 환청과 현실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영화는 의도했던 바를 성취해낸다. 제리는 정말 본능의 목소리에 해당하는, 고양이 미스터 위스커스의 말에 넘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 그는 그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나약한 영혼인 것처럼 순박한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어머니를 살해한 기억과 폐볼링장처럼 혼자 남은 비참한 일상을 잊기 위해 머릿속에서 환상을 키운 것일 수도 있다.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환상과 환청에 기대는 제리의 모습에서 어떤 연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는 살인 충동을 갖게 되어버린 소년 같기도 하고, 순수한 얼굴을 한 악마 같기도 하다. 그를 동정할 것인지, 혐오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