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조각 : 우주정거장

Series of Dreams

by Junseo

SF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난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주정거장 안에 나 홀로 남겨진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레이더가 깜박였다. 난 그게 무엇이든 신호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에서 오는 무전이든, 미지의 세계로부터 오는 신호든, 뭐든 좋았다. 그게 원래 우주정거장을 홀로 지켜야 하는 내게 주어진 소명인 건지, 동료들이 모두 사라져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뚫어져라 레이더를 응시하는 것뿐. 난 과거에 대한 기억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우주 한가운데 뚝 떨어진 존재 같았다.


꿈 속이었는데도 아주 길고 긴 시간이었다. (잠에서 깨고 나니 마치 몇 달의 우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어떤 기계의 일부분이었을 것 같은 부품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녔다. 그것들이 내 옆을 천천히 지나갈 때마다 나의 시간도 더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마치 물에 빠진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따금씩 고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리는 듯했다.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우주에는 고래들이 사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행성과 행성 사이를 유유히 누비는 거대한 고래.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건 고래의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뭐래도 상관은 없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할 일도 없었고.


레이더는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우주정거장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낡고 구식이었다. 검은 화면 위에 금이 그려져 있고, 안테나로 보이는 표시가 깜박이며 좌우로 움직였다.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어부가 고기떼를 찾을 때 써야 할 것 같은 장비였다. 실은 계속 바다 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구의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버려진 잠수함 같은 데에서 표류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무중력이 설명이 안 되지만,



잠깐.


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건 맞나?



불길한 상상이 머리를 때렸다. 그제야 황급히 동그란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디에도 지구가 보이지 않았다. 창문 너머에는 온통 까만 우주였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반대편 창, 또 다른 창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이미 무중력인데 더 무중력이 된 것 같았다. 그만큼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난 이 거대한 고철덩이와 함께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그때부터 내 고민은 레이더가 아니라,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할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오지 않을 신호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는 헛된 나날들을 일거에 단축시킬 것인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이더에 신호가 들어왔다. 화분 모양의 불이 레이더에 잡혔다. 난 그게 뭘 뜻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아무렴, 의미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과 같은 영화의 영향이 분명했다. 우주 배경의 SF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에 현실과 수십 광년은 동떨어진 꿈을 꾼 것이다. 다만, 그 영화를 보면서 받은 느낌도 고스란히 꿈에서 재현된 셈이다. 내게는 정교한 CG로 구현된 광활한 우주보다도,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미션보다도, 그들이 느꼈을 절대적인 고독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혼자 남았을 때의 기분이 겪기도 전에 끔찍했다. 그래서 내 마음은 꿈을 꾸기도 전에 혼자 우주에 있었는지도. 영영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 내내 누군가의 신호나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그 기분이 몸서리가 쳐지도록 싫었다. 어쩐지 꿈속에서 내내 추웠다. 깨고 나서도 한동안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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