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of Dreams
마치 두꺼비집같이 생긴 이곳에서 잠을 청하려는 참이었다. 몸을 누이고 나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틈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이 놀이터 같은 곳을 찾지 못해 누군가는 아직 떠돌고 있을 테니까. 또 누군가는 해가 지기 전에 이런 거처조차 만들지 못해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피맺힌 손톱을 하나씩 만져보았다. 내일 일어나면 땅을 팔 수 있을 만한 도구부터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허술한 기둥으로 세워둔 움막이 처절하게 흔들거렸다. 땅을 너무 얕게 판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해는 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몸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이 허술한 잠자리를 꽉 붙들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겨우 몸을 누이니 저 멀리 아파트 단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들은 다 행복하고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 역시 잠깐의 낭만에 불과했다. 일단은 이 밤, 오늘 밤을 버텨내는 게 문제였다.
언제부턴가 해가 지면 누구도 밖을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피하다 결국 갈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채 하룻밤을 버텨내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다음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침이 올 때마다 세상은 없어진 사람들의 몫만큼 더 조용해졌다. 살아남은 이들은 집을 지키느라 애썼다. 현관문 앞의 바리케이드는 아파트 단지 입구를 넘어, 모든 부촌의 초입까지 당겨졌다. 다리가 있다고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버려진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난 아파트 단지들만 남았고, 떠돌이들은 죽지 않으면 내일 또 만났다.
움막 안이 천천히 내 체온으로 데워지기 시작했다. 꽤 훈훈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았지만, 아무렴 맨바닥보다는 나았고 어떻게든 내 몸뚱이만 가릴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자꾸 발이 밖으로 삐져나갈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아침이 됐는데 발만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주변은 참 조용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곳이니 당연했다. 가끔 비둘기들만 푸드덕거릴 뿐이었다.
순간 나무에 달린 잎들이 요란하게 떨렸다. 바람에 날아갈까 싶어 움막을 부여잡았는데, 바람이 없었다. 더 거세게, 점점 더 거세게 나뭇가지들만 흔들릴 뿐이었다. 아, 이것이구나. 이게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이었구나. 나무들이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수런거리는 것 같았다.
나를 데려가라고. 집도 없이 떠돌면서, 매일 숨느라 바쁜 이 몸뚱이를 거두어 가라고.
웅크렸다. 더 이상 웅크릴 수 없을 때까지. 내 존재가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온 세상이 내게 지겨워진 게 아닐까. 잠이 오질 않았다. 꿈 속이라 다시 잠들 순 없었던 걸까. 그대로 웅크린 채로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