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조각 : 놀이터

Series of Dreams

by Junseo

놀이터였다. 아주 평범한. 그네가 있고, 시소가 있고, 미끄럼틀이 있었다. 동네 꼬마가 버리고 갔을 세발자전거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온종일 만든 움막도 있었다.


마치 두꺼비집같이 생긴 이곳에서 잠을 청하려는 참이었다. 몸을 누이고 나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틈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이 놀이터 같은 곳을 찾지 못해 누군가는 아직 떠돌고 있을 테니까. 또 누군가는 해가 지기 전에 이런 거처조차 만들지 못해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피맺힌 손톱을 하나씩 만져보았다. 내일 일어나면 땅을 팔 수 있을 만한 도구부터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허술한 기둥으로 세워둔 움막이 처절하게 흔들거렸다. 땅을 너무 얕게 판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해는 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몸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이 허술한 잠자리를 꽉 붙들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겨우 몸을 누이니 저 멀리 아파트 단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들은 다 행복하고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 역시 잠깐의 낭만에 불과했다. 일단은 이 밤, 오늘 밤을 버텨내는 게 문제였다.


밤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해가 지면 누구도 밖을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피하다 결국 갈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채 하룻밤을 버텨내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다음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침이 올 때마다 세상은 없어진 사람들의 몫만큼 더 조용해졌다. 살아남은 이들은 집을 지키느라 애썼다. 현관문 앞의 바리케이드는 아파트 단지 입구를 넘어, 모든 부촌의 초입까지 당겨졌다. 다리가 있다고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버려진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난 아파트 단지들만 남았고, 떠돌이들은 죽지 않으면 내일 또 만났다.


그나마 이런 놀이터를 찾게 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는 얘기다.


움막 안이 천천히 내 체온으로 데워지기 시작했다. 꽤 훈훈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았지만, 아무렴 맨바닥보다는 나았고 어떻게든 내 몸뚱이만 가릴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자꾸 발이 밖으로 삐져나갈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아침이 됐는데 발만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주변은 참 조용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곳이니 당연했다. 가끔 비둘기들만 푸드덕거릴 뿐이었다.

순간 나무에 달린 잎들이 요란하게 떨렸다. 바람에 날아갈까 싶어 움막을 부여잡았는데, 바람이 없었다. 더 거세게, 점점 더 거세게 나뭇가지들만 흔들릴 뿐이었다. 아, 이것이구나. 이게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이었구나. 나무들이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수런거리는 것 같았다.



나를 데려가라고. 집도 없이 떠돌면서, 매일 숨느라 바쁜 이 몸뚱이를 거두어 가라고.






웅크렸다. 더 이상 웅크릴 수 없을 때까지. 내 존재가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온 세상이 내게 지겨워진 게 아닐까. 잠이 오질 않았다. 꿈 속이라 다시 잠들 순 없었던 걸까. 그대로 웅크린 채로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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