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장면'
오늘 구의역을 지났다. 출퇴근길에 늘 지나야 하는 곳. 하지만 아내가 육아를 위해 대구에 내려간 사이 난 본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래에는 그곳을 지나갈 일이 없었다. 그 사이 그곳에서 사고가 있었다. 그곳을 매일 지나다녔다면 오히려 덤덤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지나던 곳이 뉴스와 기사에 연일 등장하니 더 마음이 쓰였다. 참 이기적이고 비겁한 나인데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자식 잃은 어머니의 호소문을 읽게 돼서일 수도 있고, 그 글을 통해 가방 속에 사발면이 남아있었다는 사연을 알게 돼서일지도 모르겠다. 자꾸 마음이 쓰였고, 이내 불편해졌고, 어느 방향으로든 쟁점화와 이념화를 서슴지 않는 이들 때문에 더 불편해졌다. 책임 소재와 그 뒤에 숨어 있을 더 큰 책임 소재를 넘어, 그저 미리 간 젊음과 말 없는 죽음만 남았다. 온갖 해석과 선동을 압도하는 것은 결국 어머니의 절규였고, 피투성이로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된 아들의 몸이었다. 남은 건 그것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바람대로, 적어도 억울함은 남지 말아야겠지. 무엇이든 바꾸기 위한 얘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남은 이들에게 남은 몫은 그것뿐이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도 더는 억울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며 구의역을 지나는데, 어디쯤이 곳인지 잘 모르겠더라. 구의역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난 어릴 적 구의역 근처에 살았다. 그때도 이곳은 이런 표정이었다. 의경 시절 아직 스크린도어가 없던 지하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열차로 뛰어들었다. 그때도 사고가 난 곳들은 금세 이런 표정을 지었었다.
사람은 참 쉽게 죽는다. 어렵게 살아온 것에 비해. 젊은이도 쉽게 죽고, 아버지도 쉽게 죽는다. 쉽게 잊히진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