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of Dreams
(C) 2005. jaded one all rights reserved
엘리베이터였다. 십층까지 있는 건물에 있는, 낡을 대로 낡은 엘리베이터였다. 버튼은 다 닳아서 열림 표시인지, 닫힘 표시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고, 거울은 정체 모를 얼룩으로 더러웠다. 거울 밑에는 진작에 폐업했을 것 같은 중국집 전화번호가, 그 위에는 열쇠 수리 스티커가 이중, 삼중으로 붙어 있었다. 거울마저 없었으면 더 좁아 보였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였다.
이 건물 십층에 사는 이에게 용무가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고, 문에 귀를 갖다 대보아도 인기척이 없어 돌아가는 길이었다. 기분이 찝찝했다. 뭔가를 두고 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나온 것 같은 기분. 엘리베이터가 유난히 느렸다. 몇 층을 지나는지 알려주는 표시가 없어 더 느렸다.
층고가 높은 건물도 아닌 것 같은데 한참을 내려갔다.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를 매달고 있는 줄에서 나는 것인지, 내 인내심을 붙들고 있는 끈에서 나는 것인지 모를 소리였다. 잠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상상 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옆에 벽이라도 붙들어야 하나, 아니면 천장에 매달려 있어야 하나, 어느 쪽이 살 확률이 높을지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양옆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서 피곤을 읽을 수 있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낯빛은 거무튀튀했다. 거울과 거울이 서로 비쳐 만든 얼굴들 중 어디에도 생기가 없었다. 이미 추락한 것이나 다름없는 얼굴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끝도 모르고 내려갔다. 사실 내려가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그저 그렇겠거니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하까지 있는 건물이었나. 엘리베이터가 대답이라도 하듯 덜컹덜컹 소리를 냈다. 아주 천천히, 끝도 없이, 지구 반대편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것처럼.
이건 추락이었다.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추락. 발은 바닥에 붙어 있었지만,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라도 잡아야 할 것 같은 데 마땅한 데가 없었다.
영원히 아래로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양옆으로 바보 같은 표정의 얼굴들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