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맛

우주, 2살

by Junseo


우주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강아지다. 그중에서도 우주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바람을 먹는 것'이다.

처음에는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게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정말 바람을 먹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 좋은 날 산책을 하면 꼭 귀가 뒤로 다 젖혀지도록 바람을 마주하고 걸으려고 한다. 일단 바람 부는 걸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고선 특유의 방긋 웃는 표정으로 바람을 먹는다. 수영장에서 물을 먹듯 어푸어푸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맛있게 냠냠 먹는다. 장난으로 입에 바람을 불어도 그먹어보겠다고 냠냠거리는 것을 보면, 분명 우주는 바람을 먹고 있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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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무슨 맛이 난다고 그리 좋아하나 싶다가도, 눈 내리는 걸 받아먹어 보겠다고 입을 벌리고 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그런 맛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도 시키거나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눈을 먹거나 바람을 맛본다. 어쩌면 우주는 바람의 맛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차리는지도 모른다. 아마 가을이 오는 것도 가을바람 맛으로 먼저 알았겠지. 다음번엔 우주에게 바람이 어떤 맛인지 꼭 물어봐야겠다.



201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