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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Dec 24. 201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나의 싱가포르식 웨딩

Crazy Rich Asians, 201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사실 영화 자체보다도 동양계 배우들로만 채운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으로 더 주목받았다. 이안 감독의 ‘조이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라고 하는데, 미국 내 아시안의 약진과 맞물려 작품 외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영화가 됐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이럭 클럽'과 전혀 다른 지점에 서있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은 더 이상 영화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어쩌면 현 세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대는 더 이상 정체성 문제를 수면 위에 두지 않는다. 동양 문화는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서브컬처 중 하나로 녹아들었다. 여전히 마이너리티지만 아시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흥행 기록이 반증한다. 



미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동안 만나보기 어려웠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되살려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미 연인인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젊은 연인은 아직 미숙하고 서로 다르기에 오해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인 신분, 계층의 차이는 '신보다 부자'라는 영 가문의 호화로운 생활을 통해 재현된다. 아시안의 외피를 벗기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할리우드 클래식의 매력과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복고 정서를 환기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재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데렐라 스토리, 신분과 계급이 얽힌 막장 드라마가 워낙 흔하다. 어떤 문화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감의 정도가 갈릴 수 있다. 



결국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작품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 이 맞물려 독특한 의미를 갖는 영화가 됐다. 어느 문화권에서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참신한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장르에 이문화권의 가치관을 주제의식으로 이식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을 떠올리게 한다. 남유럽 특유의 가족주의와 미국의 개인주의를 충돌시켜 로맨틱 코미디의 동력으로 삼았던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공식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도 재현된다. 비록 싱가포르의 갑부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주의 대 가족주의라는 가치관 대립을 통해 '나의 싱가포르식 웨딩'을 완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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