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 거짓말의 비밀
지난여름, 하원길에 보니 아이의 크록스 샌들 끈이 찢어져 있어서 놀란 저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들: "OO가 발을 밟아서 끊어진 거야."
엄마: "우리 아들 아팠겠네. 울진 않았어?"
아들: "응. 안 아팠어."
발을 밟혔으면 무조건 아팠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모습에 계속해서 물어보는데도 그 OO가 밟은 거고 괜찮았다고 하는 겁니다. 실은 저희 아이가 다니는 원에는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 이슈가 있었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가 조금 늦게 가서 통합반 선생님만 계시니 담당 선생님과 확인할 길이 없어, 일단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아이의 말투를 보니 크게 속상해한 거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단은 넘겼고, 다음 날 등원 때 선생님께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계단에 올라가는데 갑자기 끈이 찢어진 거였다고 합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저희 아들이 정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고 합니다. 너무 당황해서 울 것만 같았으나 다행히 속상해하지 않고 잘 극복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아들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고는 저는 저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올봄에 새로 산 신발을 꺼내 줬는데, 정말 한주만에 신발이 너덜너덜해져서 온 적이 있습니다. 원에서 바깥활동을 하고 들어올 때, 앉아서 벗으면 되는데 친구들보다 빨리 들어가기 위해서 서서, 신발의 앞코를 비비며 벗다가 그랬다고 합니다.
결국 기존 운동화, 새로 산 신발 2개를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못 신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에게 속상해하며 앞으로 이렇게 벗지 않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얼굴을 찡그리며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운동화 또 사면돼. 그래도 조금 조심해서 앞으로는 신자" 이렇게 부드럽게 하지 못한 제 모습이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그날 하원길에 아이에게 신발 망가졌을 때 엄마가 했던 말 속상했겠다고, 그때 부드럽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해주었습니다. 기억을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혹시 실수하더라도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잘못한 게 아니므로 엄마한테 꼭 솔직히 얘기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혹시라도 화낼까 봐, 걱정되어서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니지만 거짓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미안해졌습니다.
그날 저녁에 거실에서 아빠와 놀다 문득 아이가 말합니다.
아들: "아빠 나 신발 망가져서 이제 그거 못 신어"
아빠: "그랬어? 왜 어쩌다가?"
아들: "응, 나 어린이집에서 계단 올라가다가 갑자기 찢어졌어."
이렇게 갑자기 솔직하게 고해성사하듯이 말하는데 엄마의 진심을 잘 받아들인 것 같아 기특합니다. 앞으로 아들에게 말할 때 욱하지 않고,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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