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기질을 이해하기
"OO는 예민해요!"
동네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원 하러 가는 현관문 앞에서 원장이 인사도 없이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한 말이었어요. 솔직히 순간 제 표정이 얼어붙었죠.
담임 선생님 왈,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잘 지냈고 나아질 거라고 말해 주셨어요. 고등학생 두 딸을 둔 좀 연륜이 있는 분이셔서 그런지 원장님 표현처럼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처음에 자만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오래 기다렸다 품에 안은 만큼 '난 누구보다도 아이를 잘 키울 거야'라고. 그리고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도 순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웃고... 했답니다. (물론 초반 등 센서와 잠투정의 쩌렁쩌렁한 울음은 상상 초월이었지만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예민하다니!
'예민하다'라는 것이 좋은 뜻으로 들리지는 않잖아요?
시간이 지나 아이를 들여다보니, 저희 아이는 낯선 환경, 새로운 냄새 그런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어떤 면에 있어서는 비교적 예민한 기질이 있는 아이구나... 인정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인정하고 나니 조금 제 육아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이가 생떼를 부리며 징징거릴 때 소리를 버럭! 함께 지르기도 했고, 혼낼 때 윽박지르면서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강하게 말하면 진정을 빨리 하기보다는 더 무서워하며 크게 우는 것을 보고, 방법을 바꿔나갔습니다.
화가 나는 마음, 소위 말하는 엄마의 '욱 지수'를 누르고 눌러서 일단 아이가 진정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진정된 후에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며 부드러운 말로 감정을 어루만져 주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얘기해 주곤 했어요.
그런 과정을 꾸준히, 차근차근 밟다 보니 징징 떼 부림의 시간이 전보다 조금씩 줄고, 빨리 진정하고,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게 정말 느껴졌어요. 5살인 현재 점점 영아에서 유아로의 모습이 갖춰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변수들이 계속해서 생겨나지만요.
예민한 아이들은 '긁지 않은 복권'이기도 하거든요.
평범하고 무딘 아이들보다 변화를 잘 알아챔으로써 자신에게 느껴지는 이 낯선 감각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탐구해볼 가능성이 많아요.
이런 예민함은 학습 능력과도 연결돼요.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틀린 부분을 잡아낼 수 있어요. 또한 자기에게 적합한 환경을 스스로 요구하고 표현하는 데 능숙해서, 예민함만 잘 다룰 수만 있게 되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요. 놀이를 관찰할 때 예민한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풍성하고 독창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답니다.
예민함이 갖는 특별한 잠재력을 부모가 믿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주면 아이가 자신의 예민함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용해 능력을 펼칠 수 있어요.
위 내용은 그로잉맘 내 아이를 위한 심플육아(이다랑 지음) 책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아이의 기질을 들여다보고 인정은 하되, 그 기질을 단정 짓지 말아야 하며, 부모로서 좋은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어 주도록 생각, 또 생각하며 육아를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아의 첫출발은 나의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아이의 기질, 성향 무시하고 엄마의 방향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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