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미운 아기 오리
<미운 아기오리, 넌 기적이야>
황금빛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 살랑이는 바람, 초록 나뭇잎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어느 여름날이었다. 오래된 영주의 저택이 호수에 둘러싸여 있었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치 이를 시샘하듯 심하게 천둥 번개가 치며 시골 마을을 휘몰아쳤다. 하늘은 내내 잿빛이었고 큰 장대비가 내렸다.
“아유, 날씨가 왜 이런담. 우리 아이들이 괜찮아야 하는데.”
어미 오리는 궂은 날씨에도 힘들게 둥지를 틀고 앉았고 무사히 아기 오리들은 알을 깨고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큰 알이었다. 그 알은 유난히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윽고 장대비가 잠잠해지고 날이 개어 무지개가 걸렸다. 어미 오리는 어쩐지 그 무지개가 참 좋았다. 오랜 기다림의 피곤함을 날려줄 만큼 기분 좋은 무지개였다.
“빠지직!”
바로 그때였다. 마지막 알이 힘겹게 알을 깨고 나왔다. 그런데 다른 아기들과 어딘가 좀 달랐다.
알을 깨고 나오기 직전의 하늘색처럼 잿빛으로 가득한 털, 어딘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이는 표정... 형제들 조차 미운 아기 오리를 손가락질하며 놀리고 못살게 굴었다. 형제들과 친구들의 괴롭힘, 어른들의 뾰족한 말들에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는 막내에게 어미 오리는 밤마다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
“다르게 생긴 건, 특별하다는 뜻이야. 너는 특별해.”
어느 날 미운 아기 오리는 자신의 거친 외모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매일 이렇게 놀림받고만 있을 수는 없어. 뭔가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첫 번째로 한 것은 가족들 중 가장 빨리 아침에 일어나는 보는 것이었다. 새벽을 첫 번째로 맞이하는 것은 참 상쾌한 일이었다. 온 세상의 기운이 자신을 향해 오고, 이를 단독으로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우선 배가 고픈걸?’
보통 낮에 쉬고 저녁에 먹이 잡기 활동을 하는데, 새벽 일찍부터 일어난 미운 아기 오리는 배가 고팠다. 늘 가던 저택 논밭에 남은 곡식들이 있나 한번 가 보았다. 그곳은 이미 지난 저녁에 다 먹어치운 후였다.
포기하고 돌아 설려는데, 저 멀리 어떤 흐릿한 물체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귀를 쫑긋 세우고 가까이 다가갔다. 자그마한 농장에서 한 농부가 새벽에 일어나서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농장에는 수북하게 곡식들이 쌓여 있는 게 아닌가!
‘저거다!’
미운 아기 오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농부가 내려놓은 양동이 사이를 머뭇거렸다.
“어, 이 새벽에 오리가 일어나다니, 저 오리는 특이하군. 자, 여기 많이 먹으렴!”
농부는 이렇게 말하며 양동이에 곡식을 가득 담아 주었고, 미운 아기 오리는 그 양동이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날 미운 아기 오리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먹이 활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미운 아기 오리가 찾아둔 충분한 먹이 덕분이었다. 그렇게 미운 아기 오리를 놀려대던 형제들은 그날만큼은 입이 쏙 들어가 있었다.
‘좋았어! 나는 다른 오리들과 달라. 앞으로는 내가 먹이잡기의 1등이 되고 말겠어!’
그렇게 결심하고 미운 아기 오리는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늘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곡식 외에도 물고기가 많이 있을 곳들을 물색하여 먹이 몰이도 했다. 점점 오리 덕에 편해지는 형제들은 미운 아기 오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소문은 이웃들에게도 퍼져 미운 아기 오리는 이제 못생긴 외모로 유명한 게 아니라 먹이 전문가로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새벽 빠짐없이 했던 것이 있었다 ‘나는 멋진 오리가 되고 말 거야’라고 머릿속으로 확언을 하는 것이었다. 하루하루가 쌓일수록 정말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미운 아기 오리의 자존감은 올라갔고 남들과 다르고, 못생긴 외모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나는 정말 특별하구나.”
남들과 다른 특기 하나를 가졌다는 것, 매일 꾸준히 노력했다는 것은 미운 오리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고 더 이상 속상해하고 움츠러들지 않았다. 자신 안의 가치 그 이상을 찾아낸 미운 아기 오리.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그날도 미운 아기 오리가 태어나던 날처럼 밤새 장대비가 내렸고, 동이 트기 직전에 비가 그쳤다. 아침 햇살이 올라온 무렵, 아기 오리가 태어나던 날 만큼이나 아름다웠던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강물에 반짝이고 있었다. 미운 아기 오리는 그 광경에 넋을 잊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반짝이는 강물 속에 비친 자신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몸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검은 잿빛의 털 대신, 분명 보드랍고 뽀얀 털에 비친 황홀한 무지갯빛이었다. 그는 더 이상 미운 아기 오리가 아니다. 우아한 백조였다!
어미 오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백조가 된 모습에 그에게 속삭였다.
“너는 특별해. 너는 기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