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엑싯(EXIT) 전략-2
지난 글에서 엑싯의 방법론에 대해 언급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기업 밸류와 보유지분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VC(벤처캐피탈)에게 들은 얘기인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창업자가 엑싯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창업을 했으면 무조건 IPO를 꿈꾸고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는 아주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원인이었다. 요즘같이 급변하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기업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선 100년 기업이라니 웬 말인가? 네이버나 카카오는 물론이고 구글이나 아마존도 100년을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물론 최근에는 적정 시기에 적당한 밸류로 엑싯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엑싯도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엑싯을 하고 싶어 하는 창업자를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창업자라고 땅 파서 장사하라는 말인가? 창업자는 흙 퍼먹고 살란 말인가? 창업자도 생활인이고 누군가의 자식이며 한 집안의 가장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알만한 부동산 스타트업의 대표가 전세금을 만들기 위해 일부 구주를 엑싯한 경우처럼 탐욕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서 엑싯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3~5년, 길게는 5~7년 사이에 엑싯의 기회가 한 번쯤은 주어져야 한다. 물론 아무에게나 엑싯의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폭발적인 성장세나 트래픽,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IPO는커녕 10억 원에도 인수 제의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요즘 스타트업 관련 매체를 보면 기십억, 기백억 단위의 투자 소식이 많다. 일반적으로 VC에게 투자를 받게 되면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정도의 지분(신주발행)을 주기 때문에 투자금 대비 역산하면 기업의 가치를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이 3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했다면 그 기업의 가치는 150억 원에서 300억 원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창업자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최소 90억 원에서 180억 원의 지분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숫자만 보면 대박이다. 사고만 안치면 평생 놀고먹고 살 수도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현금화되지 않은 보유 지분의 가치는 사실상 한게임의 고스톱 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고스톱 머니는 게임 중에 마음대로 쓸 수나 있지 주식가치로는 껌 하나 사지 못한다. 투자받은 기업의 밸류가 1천억 원이 되고 본인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300억 원을 번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숫자놀음일 뿐이다. 누군가 구주(창업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를 사주거나 IPO를 해야만 본인 통장에 돈이 꽂이고 껌도 사고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분 가치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엑싯을 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흔히 하는 농담으로 집에 금송아지 10마리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과 같다. 최근에 스톡옵션을 대량 처분하여 문제가 된 카카오페이의 주요 경영진들도 결국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죽도록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상장을 하자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15% 가까이 빠져 주주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고 직원들 입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부자가 되려는 개인의 욕망이 공적인 판단 기준과 리더십에 대한 기준을 압도한 것이다. 그러려고 창업을 했고 상장도 한 것이다.
보유 지분의 가치로는 껌 하나 사지 못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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