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엑싯(EXIT) 전략-3
이번에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엑싯, 그중에서도 M&A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10년 가까이 엑싯에 성공한 창업자뿐만 아니라 인수 계약 직전에 다양한 이해관계로 깨진 창업자, 본인이 굴러들어 온 복(피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창업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경험하면서 생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직장을 다녔든, 다니지 않았든 수많은 고민 끝에 창업을 하고 수년간 개고생 해서 성과를 만들었다면 대기업이나 대형 IT기업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은 해당 산업과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냈거나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재 확보를 위한 어크 하이어(Acq-hire)는 조금 다른 콘셉트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역시 창업팀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크 하이어(Acq-hire)는 기업 인수를 뜻하는 Acquisition과 고용이라는 뜻의 Hire를 합친 말로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확보를 위해 많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고용형태를 말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어크 하이어가 많아지고 있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의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노릴 수 있고 피인수 기업에서는 다시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면서 기간 대비 꽤 높은 수익률로 엑싯을 할 수 있고 인수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단점도 많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2004년에 창업한 페이스북(현 메타)이 2년 5개월 만에 야후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마크 주커버그가 이사회에서 단칼에 거절한 영화 같은 사례가 있으나 마크 주커버그가 지구인이라면 아마도 이사회에 참여하기까지 고민이라는 것을 조금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창업자의 딜레마는 이렇다.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고 큰 회사의 우산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몇 년 좀 더 열심히 해서 기업가치를 수십 배 이상 키울 것인가. 많은 것을 희생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게 싫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다시 직장인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상장 또는 수조 원 이상의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창업을 했는데 수십억 원에 인수되는 것이 꿈을 포기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수십억 원이라도 인수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장단점이 극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다. 또한 인수 제안 금액이나 창업 기간, 인수 이후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특정 선택지가 더 좋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엑싯 금액이야 물론 거거익선이겠지만 개인의 욕망의 크기, 나이, 경험, 창업 기간 등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첫 타석부터 너무 욕심을 부려 홈런만을 노리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홈런을 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삼진아웃을 당하기 쉽다. 통계적으로도 홈런왕이 삼진 왕인 경우가 많다. 일단은 1루타든 2루타든 살아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기대했던 금액이 아니어도 어딘가로부터 인수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수조 원의 회사를 만들거나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대로 상장 비율이 0.7%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유니콘을 꿈꾸고 창업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 조랑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많이 힘들어한다.
개인적으로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한 것이 스타트업 월드에서 매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은 선배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을 인수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카카오의 개발자로 근무하던 심상민 대표는 호갱노노를 창업한 지 1년 6개월 만에 230억 원에 직방에 인수되어 엑싯을 하였고 3년 간의 계약이 끝난 후 퇴사하여 다시 창업을 하였다. 인수 금액도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기간 대비 수익률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10년 개고생 해서 인수된 것과 1년 6개월 만에 짧게 치고 빠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일단 1루타든 2루타든 출루(엑싯)를 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게 된다. 큰 회사에 인수가 되었다면 그 회사의 인프라나 자본력, 뛰어난 인재들을 활용하여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해외 진출도 할 수 있게 된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던 대규모 딜(Deal)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대기업들과 제휴를 할 수도 있다. 김기사나 지그재그가 카카오에 인수된 것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차에 인수된 것도 모회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에 인수가 되었다면 자회사 대표나 임원급으로 합류하여 좀 더 큰 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좋은 인재들을 포섭하여 두 번째 타석에 들어가면 된다. 일단 첫 번째 엑싯으로 노후 준비는 어느 정도 해놓았으니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긴 호흡으로 좋은 멤버들과 차근차근 준비해서 이번에는 첫 타석보다 좀 더 큰 한방을 노릴 수도 있다. 그러면서 연쇄 창업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인수 제안은 살면서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고 운 좋게 한번 왔다면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일 수도 있다. 일단 살아나가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성장도 하고 부자도 될 수 있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일단 살아서 출루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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