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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Jan 23. 2022

무작정 달리기

러닝(달리기) 입문기 - 1

오늘은 생뚱맞지만 달리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다양한 종류의 글을 써왔지만 내가 운동에 대한 글, 특히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1998년 군대 제대 이후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잠깐 뛴 거 말고는 제대로 뛰어 본 적이 없다. 군대 있을 때 아침마다 전투화를 신고 군가를 부르면서 3킬로 구보를 해야만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술 마실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지만, 진짜 달리기를 해 본 것은 2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뛰고 싶지도 않았고 뛸 이유도 없었다. 빨리 걷기는 해도 함부로 뛰지는 않았다. 땀나는 것도 싫고 그렇게까지 힘들고 싶지 않았다. 그 재미없고 지루한 운동을 왜 하나 했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좋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연말에 두 번째 책을 탈고하고 몸이 많이 좋지 않았다.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하루 15시간 이상 글을 쓰다 보니 허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이 뻐근했고 어머니 이슈로 멘탈도 좋지 못했다. 글을 쓸 때는 어떻게든 빨리 끝나길 바랬는데 막상 원고를 넘기고 나니 뭔가 허탈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잡생각만 많아지고 우울한 감정이 더 커졌다.   

   

사실 기러기 아빠가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우울증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우울한 상태와 불면증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우울함은 비단 기러기 아빠가 아니더라도 많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간 우울한 상태가 평상시 상태 또는 편안한 상태로 적응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 우울 수치가 적정선을 넘었던 것 같다.


서론이 길었는데, 어찌 되었든 몸과 멘탈을 위해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고 예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달리기를 무작정 시작했다. 새해가 되었다고 뭔가 큰 결심을 하거나 각오를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무작정 뛰었다. 거리와 시간도 재지 않고 그냥 뛸 수 있는 만큼 뛰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500미터도 뛰지 못했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대고 마치 천식환자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서인지 너무 어지러워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이 짓을 왜 했지?'였다. 그리고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작정 서너 번을 더 뛰고 체력이 바닥나고 면티가 젖을 무렵 이러다 죽겠다 싶어 시간을 보니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엄청났다. 30분 동안 걸었다면 그 추위에 땀 한 방울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거 뭐지? 이 느낌 뭐지?

난생처음 느껴보는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좋았다. 그리고 그날 밤에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어제 느꼈던 쾌감을 더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루 이틀 더 뛰다 보니 벌써 5주째 주 4회 정도를 뛰고 있다. 퇴근하고 9시에서 10시 사이에 주로 뛰는데 춥긴 하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좋다.


달리기의 효과야 모두 잘 아시겠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5주 만에 체력이 꽤 좋아지고 뱃살이 눈에 띄게 빠졌으며 우울감이 줄고 불면증도 많이 없어졌다. 돈 한푼 안들이고 이 정도 효과면 대단한게 아닐까? 처음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뛰었지만 지금은 초보 러너를 위한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부도 하고 런데이라는 앱을 이용하여 나름 체계적(?)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다시 소개하겠다.


20대 초반에 미친 듯이 싫었던 군대 구보가 40대 후반이 되서야 하고 싶은 러닝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좋은 걸 왜 이제 시작했나 싶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초보 러너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초짜이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단 한분이라도 달리기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러닝 크루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2030 위주인데 언젠가 좋아하는 분들과 4050 러닝 크루를 만들어 함께 뛰는 날을 기대해본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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