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준 Dec 25. 2019

대리운전 기사님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대리운전에 대한 소회

대리운전을 한지 대략 6개월이 되었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되고 여러 이유와 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운동도 되고 많이 적응이 되었습니다.

하루 평균 7킬로 정도를 걷네요. 그것도 돈을 벌면서요.

여름에 시작할 때는 체력과의 싸움이었는데 요즘엔 추위와의 싸움입니다.


대리운전을 한다는 것이 마치 대단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거마냥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대리운전을 한다는 것이 마치 대단히 힘든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대리운전을 한다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숨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에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대리운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는 업의 본질과 난이도에 비해 대리기사님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보상이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사회적 인식

생각해보면 대리운전은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한 하나의 직업입니다.

그것도 정말로 순수하게 본인의 노력과 땀으로 돈을 버는 직업입니다.

잔머리를 굴리기도 힘들고 삐대기도 힘듭니다.

추위와 더위와 싸워야 하고, 눈과 비와도 싸워야 합니다.

정말로 열심히 뛰고 걷고 운전해야 합니다.

게다가 멀쩡한 고객도 아닌 술에 취한 사람을 태우고 난생처음 타는 차로 낯선 곳까지 운전해서 가야 하는 정말로 힘들면서도 위험하며 의미 있는 직업입니다.


그런 반면 사회적 인식은 너무 좋지 않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대리기사에 대한 이미지가 다를 수 있기에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대리운전을 부른 고객조차도 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취해서 본인의 소중한 차를 대신 운전해주는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살짝 과장해서 본인의 목숨을 맡긴 사람을 하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리기사님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낮은 보상

저는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대략 1만 원에서 많으면 1만 3천 원 정도가 됩니다. ( 고수의 말에 따르면 어느정도 노하우가 생기면 시간당 1만 5천 원에서 1만 7천 원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

물론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인 1조로 하거나 전동 킥보드로 이동하시는 분들도 많아 시간당 단가는 기사님들마다 다를 것입니다.

게다가 카카오 대리의 경우 20%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열심히 뛰어 5만 원을 벌어도 1만 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죠. (보험료나 기타 비용이 없는 장점도 있기는 합니다. )

사실상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

물론 모든 직업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겠지만 대리운전의 업무 난이도와 스트레스 수준은 상위권에 속하나 보상은 최저 임금 수준입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급 8,590원 / 월급 179만 5,310원 (209시간 기준)입니다.


저마다의 비즈니스 논리가 있겠지만 플랫폼 사업자, 프로그램 개발사, 콜센터, 보험사 등에서 많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고 대리기사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 보니 보상 체계가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리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보상에 대한 문제는 사실 저 같은 개인이 할 소리가 아니라 정부차원이나 카카오 모빌리티, 로지소프트 같은 대형 회사에서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광고나 마케팅에만 신경 쓰지 말고 대리기사의 처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아 점진적인 개선이 되길 바라봅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동노동 종사자 지원방안 연구' 연구보고서內 이미지





제가 짧지만 6개월 간의 경험을 통해 감사한 고객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고객의 유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많은 대리기사님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대리기사를 부르실 때 한번쯤 고려해주시면 오늘도 추위에서 고생하시는 대리기사님들에게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요즘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상담원이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므로 존중해달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대리기사님들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이며 아들이기 때문에 매너있게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한 고객의 유형

매너 좋은 손님. 존댓말, 예의, 수고했다는 인사는 언제나 감사하다.

팁을 바라진 않지만 주면 감사하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어서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

외진 곳에 갈 때 도착할 즈음 시내로 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술 냄새, 고기 냄새가 많이 나서 미안해하고 환기를 시킨다.

처음 대면할 때 또는 운행이 끝났을 때 악수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라는 생각도 있으나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괜찮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서 본인이 주차하겠다고 한다. (감사하긴 하나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도와드릴 방법이 없다. )

차에서 담배를 피울 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창문을 열고 핀다.


나쁜 고객의 유형 - 창피하지만 일부는 제가 전에 해봤던 짓들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본인이 기다리지 않으려고 술자리가 끝나기도 전에 불러 10분 이상 기다리게 한다. 대리기사에게 시간은 돈이다.

차를 타기 전에 꼭 동료들과 담배를 한대 더 피우려고 한다. 냄새도 역하고 시간도 아깝다.

네비에서 알려준 대로 운전하는데 돌아가서 돈이 더 나온다고 한다. (확정 요금이 아닌 경우)

술에 취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버리고 가고 싶다.   

다행히 아직까지 오바이트한 사람은 없다. 오바이트를 할 뻔한 사람이 있는데 스멜이 장난 아니다.

확정 요금으로 불러놓고 처음 설정한 목적지보다 더 멀리 간다.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시간은 더 걸리고 돈은 적게 받는다.

경유지 추가 없이 술자리 동료들을 데려다주려고 한다. 가는 길이라고 해놓고 대부분 돌아간다.

대단지 아파트 정문으로 찍어놓고 너무 넓어서 주차하고 나오는데 20분 넘게 걸린다.

힘들게 찾아갔더니 같이 한참 걸어서 다른 건물 주차장으로 간다. 내가 지나온 건물이었다.

좋아하는 주차 자리가 없다며 계속 삥삥 돌게 한다.

주차한 곳을 모르겠다며 같이 찾자고 한다. 멘붕이다.

차 없는 곳에 주차해야 한다며 지하 6층까지 가라고 한다.  

조수석에서 신발 벗고 대시보드에 다리를 올려놓는다. (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나 다리가 짧다는 증거라 안타깝다. )

갑질과 하대는 어디에나 있다. 속된말로 싸가지 없는 고객, 양아치 같은 고객

반말하는 고객은 당연하고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애매하게 기분 나쁘게 하는 고객

운행 내내 통화를 크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네비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운전에 집중이 안된다.

중간에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목적지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꾼다.

잘 아는 룸쌀롱 같은 데를 가자며 무리한 부탁을 한다.

본인 차라 담배를 피우는 건 좋으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창문도 열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면 운전에 방해된다.   

 근처 편의점에서  산다고 10 이상 기다리게 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대리기사에게 시간은 돈이다.

 키를 주면서 멀리 있는 차를 가져오라고 한다  대리기사는 개인 기사가 아니다.

인간 네비게이션, 분명히 네비를 통해 최적의 길로 가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길을 알려주며 잔소리한다.   

여러 명이 타서 네비 소리도 안 들릴 만큼 큰소리로 떠든다거나 음악이나 유튜브를 지나치게 크게 틀어놓는다. 역시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

대리기사들은 고객들에게 쓸데없이 말을 시키지 말라고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고개들도 대리기사님들에게 불필요하거나 사적인 질문은 피해야 한다. (하루에 얼마나 버냐, 어쩌다가 대리기사를 하게 되었냐 등)


나쁜 고객의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네요.






One more thing


만약 당신이 대리운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참고할 점

어느 정도 내려놓고 대리운전을 결심했겠지만, 실제로 하려면 더 내려놔야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될 것이다.

서비스업이다. 진상 고객, 만취 고객, 하대하는 고객 등을 상대해야 한다. 자신 있는가?

자존감이 약한 사람, 체력이 약한 사람, 비위가 약한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운전은 늘 위험하고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난생처음 몰아보는 차, 난생처음 본 술 취한 사람을 태우고 낯선 곳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사고 한번 나면 밤잠 안 자고 몇 달 고생한 거 다 날아간다.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차종마다 엔진 시동 버튼 위치, 기어 변속 방식, 주차 브레이크 방식, 사이드미러 여닫는 법 등이 조금씩 달라서 초반 러닝이 필요하다.  

다양한 환경에서 차를 빼거나 주차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주차장 통로가 좁아 유의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 시 환승할인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기본 30분 / 21시~ 익일 07시 1시간)

보통 1차가 끝나는 9시 전후부터 콜이 많아지고 2차가 끝나는 11시 반에서 1시 사이에 콜이 많다.

업무의 난이도는 당연히 새벽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고객은 점점 취하고 대리기사는 점점 졸리기 시작한다.

주말 낮에 콜을 잡고 싶다면 골프장 근처로 가는 것도 좋다. 골프장 근처에는 늘 고급 한정식이나 고기집이 있고 오전에 티업 했던 사람들이 점심먹으면서 한잔 하고 대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초보라면 경쟁이 치열한 유흥가나 역세권은 피하는게 좋다. 어느 분야나 고수가 있고 단기간에 그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