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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Sep 08. 2019

기러기 아빠의 시간

모든 것이 변하는 시간


기러기 아빠의 '시간'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상이 변한 시간


퇴근하고 집에 갈 이유가 없어진 시간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시간

쉬는 날 집에서 나올 이유가 없어진 시간

날씨나 차 막힐 걱정 안 해도 되는 시간


주말이 오는 게 두려운 시간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시간

주 7일 일하고 월급을 좀 더 받았으면 하는 시간

애들 보러 가려면 휴가가 한달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간


모든 것을 함께 하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시간

번거로움의 끝에서 단조로움의 끝으로 오는 시간

피곤했던 일상이 그리움으로 바뀌는 시간

외로움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부족한 시간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시간

몸은 차가운데 마음은 더 차가운 시간

1일 1식과 간헐적 단식을 제대로 체험하는 시간

운동을 많이 해서 십여 년 전 몸이 되어가는 시간


시간의 상대성 원리를 절절이 느끼는 시간

24시간이 48시간 같은 시간

자도 자도 아침이 오지 않는 시간

아이들의 발길질에 깨다가 생활 소음과 청소차 소리에 깨는 시간


또래 아이들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시간

'아빠' 소리만 들려도 본능적으로 쳐다보고 우리 애들이 아님을 확인하는 시간

아이들을 화면으로만 만져보는 시간

아이들 장난감을 혼자 만져보는 시간


지켜야 할 가족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는 시간

오롯이 나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

아이들이 직접 책상과 식탁을 조립하는 시간

해외에 아직 차가 없어 마트에 캐리어를 끌고 걸어다니는 시간


아이들이 태어나던 기쁨의 순간이 자꾸 생각나는 시간

아이들에게 잘못한 일들이 자꾸 떠올라 반성하는 시간

아이들이 어렸을때 밖으로 겉돌아 많이 놀아주지 못한게 미안한 시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시간


친구처럼 지내던 집사람이 몹시 그리운 시간

의리가 사랑으로 바뀌는 시간

그 동안 고생시킨게 미안한 시간

현재 겪고 있는 고생은 본인이 선택한 시간 ㅎㅎ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상이 변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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