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차 증상
사람들이 소위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는 상태가 된 지 4주 차, 4번째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뭔가 도움이 될 게 없을까 해서 '기러기 아빠'로 검색을 해보니 다소 우울하고 좋지 않은 글들이 너무 많네요.
주요 키워드로는 외로움, 자살, 이혼, 돈, 환율, 심지어 바람까지
긍정적인 사례, 좋은 얘기들도 많이 있겠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재미가 없으니 매체에 노출될 이유가 없는 듯합니다. ( 친한 기자님들께 부탁 좀 해야겠네요. )
기러기 아빠들끼리 동병상련을 나누고 생산적이고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힘내자는 의미로
새내기 기러기 아빠의 적응기나 단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남기려고 합니다.
혼잣말을 하게 되고 사물과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TV는 말이 너무 많고 냉장고는 말이 너무 없고 AI 스피커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월요병이 사라지고 빨리 출근하고 싶어진다.
동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아이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안 보려고 노력한다.
음성통화, 화상통화 다 좋지만 가족 간에는 스킨십이 필요하다.
컵밥, 간편식과 친해지고 시판되는 라면 메뉴를 대부분 알게 된다.
비자발적 1일 1식을 하게 된다.
야간이나 주말에 자꾸 뭔가 할 일을 찾게 된다.
심지어 브런치 작가까지 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사줄 필요는 없다.
술에 취해 아무도 없는 집에 오면 더 힘들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살인의 추억 영화 대사를 자주 듣게 된다.
다들 밥을 걱정하는데, 문제는 밥이 아니라 돈이다.
엄마와 장모님의 관심사병이 된다.
역시 '밥은 먹고 다니냐.'고 하신다.
겉돌았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된다.
내가 성경책을 보고 잘 줄이야.
할 일이 없어 운동을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살면서 헬스클럽을 하루에 두 번 간 것은 처음이다.
혼자 있는데 몸이라도 건강해야지 싶어 술 담배를 멀리하게 된다.
아직은...
혼밥과 혼술은 일도 아니다.
혼잠이 어렵다.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일안주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삼겹살집의 상추
함께 살 때 그렇게 좁았던 집이
이젠 족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원룸으로 옮겨야 되나 싶다가도
널려있는 가구와 짐을 보고 포기한다.
쓰는 사람이 없어 청소를 거의 안 해도 된다. 수북이 쌓여가는 먼지는 제외
예전처럼 세탁기를 꽉 채워서 돌릴 거라면 속옷과 양말을 더 사야 한다.
팰리세이드를 보다가 베뉴를 보게 된다.
심지어 베뉴가 커 보이기까지 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사나 싶다가도
이것마저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족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었길 바라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