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의 생존력
스타트업 월드에 입성한 지 어느덧 6년 차가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실력과 인품이 좋은 공동창업자와 직원들을 만나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본엔젤스로부터 투자유치가 되었을 때 부둥켜안고 기뻐했던 적도 있었고 2018년에는 시리즈 A 단계의 투자유치가 적시에 되지 않아 40여 명이었던 직원 중 절반을 내보내야만 했던 뼈아픈 추억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2019년 초반에 투자유치를 받게 되면서 좀 더 안정적인 구조에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직까지 큰 성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때도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국내 기업의 창업 후 생존율을 보면 3년 차가 39.1%, 5년 차가 27.5%라고 합니다. 다른 자료를 보니 10년 차에는 8%로 줄어드네요.
이 숫자도 매우 작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겠으나 제가 볼 때 이 숫자에는 허수가 많습니다. 생존의 의미가 서류상으로 폐업만 안 했을 뿐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회사, 성과 없이 근근이 버티는 회사, 정부지원금으로 살아가는 합법적인 세금 탈루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이런 회사들을 좀비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창업 자체는 쉽죠. 회사를 유지하고 성공하기가 어렵지.
예전에야 주식회사를 만들려면 5천만 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최저자본금 규정이 폐지되어 100만 원만 있어도 법인 설립이 가능합니다. 회사 설립이 쉬워져서 여러 장점들도 있겠지만 반면에 이렇다 할 고민과 준비 없이 회사를 만들고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뚜렷한 비즈니스모델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 없이 대학생들이 모여 법인을 만들고 서로 대표님, 상무님, 전무님으로 불러주는 회사 놀이를 하는 스타트업도 보았습니다. 창업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회사를 유지하고 성공 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엄청난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기업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이다. 즉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매출과 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윤리, 환경, 사회문제 등 비재무성과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하는 경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경영기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속가능경영 (매일경제, 매경닷컴)
스타트업에게 지속가능경영은 아직 사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속가능경영이 아니라 생존가능경영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들어낸 단어이니 검색해도 안 나올 거예요. ^^ )
생존가능경영이 안되면 데쓰밸리를 통과하기도 어렵고 임계점을 넘어 폭발적 성장을 할때까지 버티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좋은 인재들을 확보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생존가능경영이 되어야 직원들에게 제때 월급을 줄 수 있고 직원의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생존가능경영이 되어야 조급하지 않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생존가능경영이 되어야 잘못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윤리적인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 집행을 다소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으나 어떻게든 살아 있어야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기에 바퀴벌레와 같은 생존력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생존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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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으나 개인마다 상황마다 공감의 정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업에도 정답이 없기에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