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알쓸신잡
이전 투자유치 관련 글에서도 많이 말씀드렸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팀을 만들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금액을 떠나 엔젤이든 기관이든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일 중에 가장 어렵고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은 투자유치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나 투자를 받는 노하우가 아니라 투자를 받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월드에 있다 보면 투자를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투자유치를 해낸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만의 신념과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모두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문제는 투자 이후에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투자 이후에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사업에 임하고 직원들을 대하는지 등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입니다. 대부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임하지만 소수의 대표님들이 아래와 같이 변해가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투자유치를 좀 받았다고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대표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어떤 대표는 어중이떠중이한테 연락 오는 게 싫다고 명함에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대표는 사무실부터 비싼 곳으로 옮기고 삐까뻔쩍하게 인테리어를 합니다.
어떤 대표는 투자를 받자마자 외제차를 리스하고
어떤 대표는 투자를 받았다고 자기 급여부터 두세 배로 올립니다. (그래서 투자계약서에 임원 보수 한도를 명시해놓는 경우가 많죠.)
어떤 대표는 투자 좀 받았다고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하고
연예인병에 걸려 유튜브나 각종 매체에 출연하여 설레바리를 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투자를 많이 받았다고 치밀한 계획이나 준비 없이 버스광고나 TV 광고를 시작합니다.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고 해서 그 100억 원이 자기 돈이 아닐진대 마치 자기 돈처럼 생각하는 대표들도 있습니다.
사실 매체들도 문제가 많죠. 남의 돈을 투자받은 것을 마치 IPO(상장)라도 한 것처럼 칭송하니 말이죠.
투자유치 이후에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폭발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전술을 짜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투자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디테일하게 자금계획과 실행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스타트업 대표라면 투자를 받기 전에 어느 정도 세워놨겠죠. 그리고 자금이 소진되기 최소 10개월 전에는 다음 라운드 투자유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실 거의 매년 해야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CAC나 LTV, ROAS 등과 같은 기존에 검증된 데이터를 갖고 마케팅 예산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마케팅 예산의 증가분과 매출 증가분 사이의 상관관계나 임계점 등을 파악하면서 성장을 촉진시켜야 합니다. 간혹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브랜딩을 하겠다고 버스광고나 TV광고에 거액의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빌딩 옥상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유사합니다. 잘못하면 진성 유저를 많이 확보하거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장렬히 전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는 조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C-Level을 포함하여 폭발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들을 각 분야에 영입하여 맨파워를 강화하거나 그동안 거의 최저시급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고생한 직원들의 급여를 조금씩 정상화시켜주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너무 좋습니다. 또한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잘 엮어서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의 제도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치밀한 전략과 실행계획을 세우고 효과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자금집행을 하면서 맨파워 강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투자유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투자유치는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투자유치는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투자유치는 사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투자유치는 폭발적 성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총알을 장전하는 것이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닙니다.
투자유치를 해서 입금이 된 날 만큼은 고생한 직원들과 함께 기뻐하고 회식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작은 성공에 심취하거나 초심을 잃지 말고 다음날부터는 다시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루틴을 시작하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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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으나 개인마다 상황마다 공감의 정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업에도 정답이 없기에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