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의 험난한 여정
이 와중에 가족들 때문에 영국에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시리아나 팔레스타인 지역보다 영국이 더 위험할 것입니다. 12월 말에 가서 어제 도착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일일 신규 확진자가 가장 높은 시기에 다녀왔네요.
인구 규모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영국 인구수 약 6,700만 명) 우리나라는 일 확진자가 1천 명만 넘어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를 치고 조심하는데 영국은 일 확진자가 6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암튼 군대에 있을 때도 실제 전투를 해본 적은 없어서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영국에 있을 때에도 사건 사고는 많았지만 오늘은 일단 영국에서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급한 마음에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영국을 탈출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영국에서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검색을 해보았으나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질병관리본부나 주 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영국발 변종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영국발 입국 제한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영국발, 남아공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체계가 강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영국발 항공편은 1월 21일까지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1. 영국 내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PCR 음성 확인서 발급
출발하기 전에 무조건 PCR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한국에 들어올 때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 19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를 받으면 결과를 24시간 뒤에 이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여유 있게 하려면 비행기 출발 이틀 전에 검사를 받고 다음날 결과가 나오면 출력하여 공항에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마다 기관마다 검사 비용이 조금씩 다른데 저는 열심히 검색하여 그나마 저렴한 99파운드(한화 약 15만 원)를 냈습니다. 혹시 모르니 사진도 찍어놓고 여러장 출력하세요.
2. 영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경유
검색을 통해 가장 저렴한 루프트한자 항공으로 독일을 경유해서 들어오려고 예매를 하였는데 독일이 영국발 입국 제한을 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경유가 입국인지 아닌지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모두가 뇌피셜로 얘기하더군요. 다행히 경유는 입국이 아니라서 예정대로 비행기가 떴고 한국행 비행기까지 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릴 때 경찰들이 PCR음성 확인서를 검사하고 통과해야만 경유를 위한 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인천공항 도착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안도를 하였으나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더군요. 직항은 막아놨으나 저처럼 경유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별도 관리를 하더군요. 영국발(경유 포함) 입국자 리스트가 이미 그들(인천공항 직원, 질병 재난본부 직원, 경찰, 군인)에게 있었고 한 명이라도 누수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 체계가 있었습니다. 일단 영국발 입국자들을 한 군데 모아놓고 온도 체크와 PCR 음성 확인서를 체크(인천공항/법무부 직원)하고 그다음 검역신고 및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 설치 확인, 거주지 확인, 개통된 핸드폰 번호인지 실제로 전화하여 확인(군인 / 인력 부족으로 지원 나온 듯함) 등을 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 등을 하게 됩니다.
4. 인천공항에서 격리시설로 이동
평상시 같으면 입국심사, 세관신고가 끝나면 도착 게이트를 나와서 집에 가면 되지만 경찰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경찰이 영국발 입국자들을 인솔하여 인천공항 끝쪽에 있는 대기장소로 데리고 갑니다.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도 따라가더군요. 대기장소에서 1시간 가까이 있으니 대략 20여 명이 모여졌고 버스를 타고 격리시설로 갑니다. 황당한 것은 영국이나 공항, 비행기에서 마스크는 한 번도 벗은 적이 없고 심지어 장갑까지 껴가며 정말 조심조심했는데 영국발 입국자 20여 명을 한 버스에 태우니 여기에서 코로나에 걸릴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ㅠㅠ
5. 격리시설에서 코로나 검사 후 1박
격리시설은 상황에 따라 입국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여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일단 격리시설에 도착하여 또다시 다양한 서류를 작성하고 발열체크를 하고 1인 1실로 들어가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방 밖으로 절대로 나오면 안 됩니다. 한참을 대기하니 방문 앞으로 검사하는 분들이 왔고 코와 입을 강렬하게 후비고 가셨습니다. 요즘에는 검사 결과가 몇 시간만 지나면 나온다고 하여 조금만 참으면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다음날 오전 7시에 나온다고 하여 결국 하룻밤을 자야 합니다. ㅠㅠ (참고로 저녁에는 한식 아침에는 샌드위치가 나오더군요.)
6. 격리시설에서 집으로 이동
다음날 아침에 음성 결과가 나온 사람에 한해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퇴실 시간은 오전 10시로 정해져 있고 그 이전에는 나갈 수 없습니다. 문제는 공항에서 마음대로 격리시설로 데려와 놓고서는 집까지는 알아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셔틀버스가 있는데 인천공항으로만 간다고 하더군요. 인천공항을 다시 갔다가 집에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짐도 많아서 결국 방역 택시를 불러서 왔는데 6만 원이 들었습니다.(지역마다 거리마다 다르겠죠.) 참고로 음성 판정을 받았어도 일반 택시를 못 타게 합니다. 지인이든 방역 택시이든 전날 자동차 넘버까지 등록해야 합니다. 암튼 뭔가 불합리하고 쌩돈 나간 느낌이라 기분이 안 좋더군요. ㅠㅠ
7. 자가격리의 시작 (격리시설 입소 날짜 포함 15일)
자가격리에 대한 내용은 해보신 분도 많고 콘텐츠가 많아 생략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혼자서 자가격리를 해야하네요. 재택근무하면서 홈트나 해봐야겠습니다. ㅠㅠ
지금도 계속 불안한 마음에 검색하면서 저처럼 속을 태우실 분들을 위해 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국가별로 입출국 정책이 바뀔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추가로 생각나는 내용들이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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