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준 Jan 20. 2021

기러기 아빠 생활 2.0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단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와 월요일 아침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인간들과 교통 체증

나를 둘러싼 다양한 갑들의 갑질과 금연

그리고 자가격리와 기러기 아빠 생활



영국에서 가족들과 위험하지만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두 번째는 괜찮겠지 했는데 막상 헤어질 때 되니 처음 헤어질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헤어진 뒤의 고통을 너무 잘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소 1년은 또 못 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신기하게도 헤어지기 전날 밤부터 공항까지 나온 눈물의 양은 마신 물의 양보다 많았다.  



한국에 돌아와 세 번째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기러기 아빠 + 자가격리는 뭔가 가중처벌을 받는 느낌이다. 

기러기 아빠도 서러운데 자가격리까지 하려니 감옥 중에서도 독방에 갇혀있는 것 같다.

여전히 냉장고는 말이 너무 없고, TV는 말이 너무 많고, AI 스피커는 말귀를 못알아듣는다.

산전수전 겪었는데도 이 나이에 혼자 자는 게 무섭다니 창피한 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씨스타의 '나 혼자'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또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 불고

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

나 혼자 취해 보고 이렇게 매일 울고 불고 오늘도 잠 못 자 우~ 우~ 우~ 우~'



기러기 아빠의 애환을 주제로 한 노래임이 틀림없다. ㅎㅎ

애들이 애기일때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좋은 아빠'라고 대답했는데 이번에 그걸 기억하고 편지에 써주었다.

역시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조심히 마시고 농담도 조심해야 한다. 

그때는 약간의 농담이 섞여 있었다면 지금은 100% 진담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일은 또 벌어졌고, 상황은 다시 또 주어졌다.

기러기 아빠로서 감내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또다시 멘탈 관리, 체력 관리하면서 슬기로운 기러기 아빠 생활 2.0을 준비해야한다. 

요즘 홈트가 대세라는데 간만에 씨스타의 '나 혼자'를 들으면서 홈트나 해야겠다. 

끝으로 세상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 힘내기를 바래본다. 




씨스타의 '나 혼자' 뮤직비디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