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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충전소 Dec 08. 2015

1년 6개월 전 그 곳으로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던 여행지, 배낭여행 인솔자가 되어 다시 찾아가다



1년 6개월 전 내가 배낭여행을 떠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4명이 유럽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실 단순히 유럽을 여행하는 것만이 이들의 목적은 아니다. 

영상을 전공하고, 영상을 만드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이들이, 오로지 그 재주만으로 유럽에서  먹고살며 마지막에는 유명한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돌아오겠다는 큰 꿈을 품고 여행이 시작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찾아보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100분짜리의 영화가 주는 뭔지 모를 가슴 두근거림과 용기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 도움이 크든 작든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인상 깊었던 영화 속에서도 내 마음을 잡아 흔든 건 바로 엔딩 장면에 있다.

엔딩에 등장하는 곳은 바로 런던 브라이튼에 위치한 세븐 시스터즈라는 곳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속의 장면 1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속의 장면 2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지막 저 엔딩 장면이 나로 하여금 배낭여행을 가라고 등을 떠미는  듯했다.

빨리 저무는 해처럼, 마치 영화는 "시간이 없어!!  서둘러!! 지금 아니면 여행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그 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 같던 목적지였다.




브라이튼 세븐 시스터즈를 가는 방법은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가량을 달리면 브라이튼 역에 도착,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세븐 시스터즈행 버스를 타서도  1시간가량을 달려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코스이긴 하지만 2층 버스 맨 앞에 앉아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길을 구경하노라면 그 걱정은 금방 사라진다.  해변을 따라 이동하는 버스 옆으로는 런던 남쪽 끝 바다해변 거친 파도가 나를 반겨주었고,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듣던 노래도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버스 안에서 들으니 더욱더 색다르게 들리기도 했다.

그 뿐이랴, 날씨마저 따라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렇게  1시간쯤 달렸을까, 버스 기사가 외친다 " Seven sisters ~! "

그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나,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버스에서 내려 크게 공기 한번 마셔보았다.


 

드디어 세븐 시스터즈에 도착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내린 곳에서 조금 더 걸어들어가야 새 하얀 속살을 비추는 절벽을 볼 수 있단다. 그렇게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걸었다.

(참고로 세븐 시스터즈라는 말은 해안가에 자리 잡은 7개의 절벽을 보고 부르는 말이다. 

각각의 절벽들이 가지고 있는 이름들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매년 파도에 의한 침식 때문에 30~40cm 정도 깎여 뒤로 물러나고 있다고 한다. )


지상 낙원이라는 말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드 넓은 푸른 초원 사이로 세븐시스터즈 절벽을 보러 가는 길마저 아름답다. 
정말 신이 나보인다.


쩜프쩜프 !




그렇게 30분쯤 걸었을까, 조금씩 드러내는 해변과 흰 속살을 들어내는 절벽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여행에 와서도 풀어내지도, 털어내지도 못했던 일상에서의 답답함들을 세븐 시스터즈는 시원하게 털어주고 있었다.  아니, 이미 걸으면서 털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찍어대도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었다. 

아마 여행 와서 가장 카메라를 일찍 접어 넣었던 순간이 그때였지 싶다.

그렇게 나는 인생 샷 하나를 남겼다.



세븐시스터즈에서의 인생샷 !


내 인생에서 마지막일 거라, 훗날에 여기를 언제  다시 한번 와 볼 수 있을까? , 아니 마지막일 거라 하는 마음으로 후회 없이 내 눈에 담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들었다 놨다 하며, 등 돌려 왔던 길로 향했다.

그리고 

안녕. 세븐 시스터즈..





그리고 1년 6개월 뒤





안녕? 세븐 시스터즈!


2015.11.16일

그렇게 나 자신이 아닌, 유럽에 대한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어주는 배낭여행 인솔자로 세븐 시스터즈를 다시 찾았다. 17명과 함께 





그때 내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날씨는 흐렸지만, 내 눈과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세븐 시스터즈가 있었기에 흐리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마치 1년 6개월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괜스레 눈을 질끈 감고 뜨기를 반복해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했으며,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 글을 쓰는 모니터 앞에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언젠가 다시 찾을 세븐 시스터즈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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