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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May 27. 2020

오해는 오해를 낳고

누가 엘리베이터를 자주 쓰는가



매번 엘리베이터를 볼때 마다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총 18층. 한층에 2가구씩. 고작 36세대 밖에 이용을 안하는데 엘리베이터는 항상 바쁘다. 매번 눈에 들어 오는 층수가 있는데 14층과 16층이다. 비교적 고층임에 불구하고 매번 그 층에 서있거나 이용자가 오래 엘리베이터를 잡아 청차시키키는 경우가 잦았다. 아무리 선비의 마음으로 이해 하려해도 엘리베이터를 잡고 놓아 주지 않을 때는 불편한 마음이 슬그머니 돋아난다.


하루는 월별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관리비를 보던 중 엘리베이터 사용료에 대한 항목에서 눈이 멈췄다.

'분명 공동 관리비 명목으로 공평하게 세대수를 기준으로 N분의 1로 나누었겠지?'

엘리베이터 사용이 잦은 14층, 16층에 대한 불만이 오버랩되며 세대수가 아니라 세대원 수로 나누어 내야 하는거 아닌가하고 소심한 망상에 빠졌다.


아파트 고층을 중심으로 로열층은 시세를 높게 측정하면서 왜 엘리베이터 관리비는 작게 내는 거지? 엘리베이터가 움직여도 훨씬 더 많이 움직일텐데. 산술적으로는 세대수가 아니라 세대원 수를 나누어서 내야하는거 아닐까. 1세대라고 하더라도 구성원에 따라 2명인 가족보다 4명인 가족이 훨씬 엘리베이터를 많이 쓸테니 말이다. 자본주의 원칙에 언제부터 공평하게 분배를 했었던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도 사용횟수에 따라 금액을 나눈다면 돈을 적게 내기 위해서 한번이라도 더 걸어서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사용 횟수로 나눌려면 월별로 해당 층 버튼 누른 횟수를 통계로 내면 되겠구나.'

하지만, 마음이 고약한 사람이 고의로 윗층의 버튼을 습관적으로 누를지도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엘리베이터가 더 바빠 질지도 모른다.

'그럼 버튼에 지문인식이나 카드키로 해당층을 누르게하고 통계를 내면 되겠다.'

사용 횟수 측정기를 설치하는 비용이 더 나오므로 사업성이 도통 나올것 같지 않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니 그냥 공평하게 나누어 내는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착하자 망상은 끝이 났다.


코로나 때문에 항균 시트를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부착한 지가 한달이 되어간다. 항균 시트지는 버튼 누른 횟수를 고스란이 반영하고 있었다. 1층과 문닫힘 버튼은 많이 눌러져 헤질듯이 울룩불룩했다. 찬찬히 시트지의 누름자국들을 살펴본다.

'그래 그래, 내가 딱 알아 봤어. 14층. 16층. 어디보자'

어쩐일인지 시트지 눌림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재빨리 우리층 버튼위를 살핀다. 어머나. 생각보다 많이 눌러 시트지가 울어있었다. 마음이 살짝 놀란다.


'우리집 앞 세대가 얼마나 많이 누른거냐. 작작 좀 누르지. 내가 예의없이 문 쾅쾅 닫을 때 부터 알아 봣지. 엘리베이터 엄청 많이 쓰는 구만.  그러게 우리집은 아니라니깐. '

오해는 오해를 낳는다고 했었나. 이제 앞집을 원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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