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테크르르 Jun 24. 2020

대출 시대

신용대출. 시간 대출. 잠 대출. 대출의 모든 것. 


최저 금리란다. 금리 0%대 시대.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생전 0%의 금리를 접하다니. 영광으로 알아야 할까 아니면 이것이 평균이 되는 '뉴 노멀 시대'의 서막일까. 돈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 금리가 고작 0.5%라니. 그야말로 돈의 가치가 바닥을 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표면상으로 1억을 예치하면 1년에 50만 원. 한 달에 이자가 4만 원이다. 최저시급 기준 5시간 정도의 금액이다. '돈'이 혼자서 열심히 일해도 최저시급도 못 받는 시대이니 돈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사람이라면 아마 파업했을 텐데 말없는 돈은 묵묵히 정부가 찍어내는 데로 살아(?) 간다. 


돈이 흔해지면 반대로 귀해지는 것도 있거늘.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금의 가치를 논한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시간만큼 귀해지는 것이 없다. 시간은 한정적인 자원이니까. 영화 '인 타임'에서는 커피 1잔.. 4분, 권총 1정.. 3년, 스포츠카 1대.. 59년이란다.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된다. 시간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일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영화에서 보니 시간을 얻으려고 약탈하고 범죄도 저지르더라. 


만화가 '이말년'의 작품이 '잠 은행'이란 타이틀로 온라인 영화화됐다. 주인공은 격무에 시달리며 매일 야근한다. 잠이 든 그는 잠 은행에 당도하게 되고, 잠 은행장에게 잠을 대출한다. 시간을 얻은 주인공은 회사에서의 성공과 가족과의 행복을 쟁취한다. 대충 이야기의 마지막은 상상되는 것처럼 담보 잡힌 '생명'을 빼앗기고 말지만 말이다. 


돈을 대출하고, 시간을 대출하고, 결국 잠까지 대출하는 상상력의 종착점은 무엇일까. 모두 행복 해지기 위함이다. 물론 행복의 가치와 의미는 각자 다른 것이기에 정의할 수 없지만, 분명 행복을 위해 자신의 신용과, 시간, 생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조금 더 행복에 빨리 닿기 위해서 말이다. 


상상력의 무한대라면 나는 무엇을 대출할 것인가. 왜 둘러 가야 하는가. 행복 대출 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행복 다이렉트 대출 상품'이 구미에 당긴다. 

"안녕하세요. 행복 대출 은행입니다. "

"행복을 대출받고 싶습니다. "

"무엇이 당신의 행복입니까? "

"엄. 그러게요. 고급 아파트요? 해외여행이요? 맛있는 음식 먹으며 탱자 탱자 편하게 쉬는 거요? "

"고객님, 그건 대출 이자가 좀 쌔신 거 아시죠? 고객님은 신용과 담보가 부족하셔서 힘들 것 같습니다 "

"그럼, 담보 없고 가장 금리가 저렴한 행복은 무엇이죠?"

"가족과 행복한 시간. 소소한 즐거움. 여유로운 시간 정도요? "


고기도 씹어 본 놈이 맛을 안다는데, 소소한 행복부터 점령하고 큰 행복을 쟁취해야겠다. 바로 눈앞에 놓인 행복하나 쟁취하지 못한 놈이 큰 대출부터 내는 것은 신불자가 되기 딱 좋다. 오늘은 대출 없이 그냥 가족과 즐거운 행복 좀 나누며 즐겨야겠다. 튜닝의 마지막은 순정이라던데. 어차피 가장 큰 신용 대출도 종착지는 이곳이 아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안녕, 나의 옛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