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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Jul 21. 2020

부모의 개취

뷸효자의 자식에게 바란다

불효자다.  부모님 나이를 물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누군가 그러더라.

"자식이 되가지고 부모님 연세도 모르냐?"

그러하다. 모른다. 40대가 가까워오니 내 나이도 관심이 없어지는데, 부모님 나이를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부모님 생일도 깜빡깜빡한다. 잊어버린다는 말이 아니다. 달(月)을 따르는 생일 탓에 매년 날짜가 다르다. 달력에 자주 표기해놓고 확인해야 한다. 불효자 맞다. 매년 생일 찾아뵙지 못한다. 경기도와 부산의 거리는 400km 남짓. 운전으로 4시간. 그래 맞다. 변명도 많은 불효자다.


어머니는 족발과 낙지볶음을 좋아하신다. 가난해 어릴 적 치아 치료를 받지 못해, 중년부터 보조 틀니를 쓰셨다. 물에 담겨있는 틀니를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어머니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4남매 중 가장 배울 기회가 없었다. 못 배운 게 한이다. 영어를 배우지 못해 중학교 때 어머니께 알파벳을 가르쳐 드렸다. 영어로 된 'SAMSUNG'을 읽으시더니 그렇게 뿌듯해하실 수가 없었다. 비록 "삼숭"이었지만.


아버지는 약주를 좋아하신다. 소주, 막걸리를 선호하신다. 막걸리 러버 할아버지의 아들답다. 담배는 에쎄 1mg. 회는 쥐치, 찜은 아귀찜, 돼지는 고향 산청 흑돼지를 사랑하신다. 친구분들을 만나면 술값 계산하기가 특기,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외화 영화 보기가 취미다.   


부모님 나이가 뭐냐고 묻기 전에 부모님 취향을 물어보기나 했을까.

부모님이 뭐 좋아하시냐고,

부모님은 뭘 사랑하시냐고,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냐고.

최근 부모님께 전화 통화한 적이 언제냐고.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언제인지 묻는 게 더 이상적이지 않을까.


'선물 말고 돈으로'

돈 안 좋아하는 사람 없고, 돈이 가장 편하다고 하지만, 숫자 따위가 감히 부모님의 관심을 측정할 수 있겠는가. 부모님에게 돈, 선물을 보내는 것보다 편지 한 통은 의미가 다르다. 등기 우편으로 편지 한 장씩 적어 드리면 좋아하신다. 뿌듯해하시는 감정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진다. 여전히 부모님 눈에는 작은 아들놈인가 보다.


한 딸아이의 '부모'로서 내 자식이 생일과 나이를 기억 못 해도 전혀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내 딸이 커서 '떡보다 어묵 좀 더 많이 주세요.'  '내장은 간 만 주시고요.'라고 챙겨 주는 것 만으로 마음이 든든할 것 같다. 숫자가 사랑을 대변하는 세상에 어쩌면 숫자보다 날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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