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테크르르 Jul 23. 2020

날 사랑하는 법

널 사랑하는 법


비난보다 사랑을 하니 회복이 빨랐다. 화가 머리가 끝까지 치밀어도 先사랑 後반성을 하자. 


첫 번째 사건. 지난 토요일. 삼거리 교차로 앞이었다. 빠르게 우회전을 하는데, 아뿔싸. 미처 보지 못한 차량이 어느새 바로 옆에서 급정거를 한다. 몇 초간 계속되는 경적음. 뿔이 단단히 났나 보다. 

'알겠어. 알겠다고. 내가 뭐 일부러 사고 내려고 그랬겠냐.' 

미안함을 표현하며 비상 깜빡이를 켰다. 

'미안. 미안. 근데 나도 놀랬다고..' 

사자같이 으르렁대는 경적소리를 내지르며 옆으로 차를 바짝 댄다. 예상대로 창을 내리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하.. 이를 어쩐다.. 내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네가 그렇게 도로에서 욕을 하면 나도 열을 받겠냐. 안 받겠냐. 지금 내 가족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런 쌍욕을 해대면 듣고 있어야 하냐? 내가 조선시대 선비도 아니고 말이야! '

늘 그렇듯이. 생각과 다르게 창을 내리고 미안하다고 손을 들었다. 고개도 좀 숙여줬다. 

'아. 진짜. 왜 그 차를 못 봤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가족이 다 타고 있었는데 사고 났으면 어쩔 뻔했을까. 사고라면 더운 도로 속에 차를 세워 두고 레카가 오기를 기다리는 장면이 연상하니 소름까지 돋는다. 도로 위에서 듣는 와이프의 잔소리란... 아아아악.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왜 나는 불행하며 안되지? 세상에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실수하고 좌절하는 것, (,,,)  이런 것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허용해보자.  _ <당신의 생각은 사양합니다> 


지난주에 읽은 책의 유효기간이 뇌에 남아 있던 게 얼마나 다행이던가. 속으로 되뇌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실수도 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여. 잘했어. 잘했어. 

사고 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여. 정말 큰돈 굳었네. 

사고도 안 나고, 돈도 굳었으니 가족이랑 맛있는 거나 사 먹어야지. 야. 잘했어. 잘했어.'

스스로를 도닥여 줬다. 뇌 속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모습이 민망해서 한마디 괴성을 내 질렀다. 와이프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으응.. 그냥"


두 번째 사건. 지난 일요일. '펑'하는 소리와 전자레인지에서 연기가 나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무의식은 나에게 즉각 적인 지시를 내렸다. 전기를 차단하고 창을 열고,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화재로 연결되지 않았다. 원인은 설거지가 귀찮아 내부 밥솥 그대로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킨 와이프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와이프의 표정을 보니 스스로 자책감이 가득하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지? 하... " 

자책하는 와이프의 말에 어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찬물 붓듯이 화를 누그러 뜨리고 말했다.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야. 불 안 나 서 다행이다. 돈 굳었네. "

계속 자책하며 속상해하는 와이프를 보니 마음이 안쓰럽다. 어제 나를 보는 것 같다. 운전 실수 때문에 자신을 비난하던 바보 같은 내 모습 말이다. 괜찮다고 다독였다. 오히려 정말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했다. 와이프가 금방 회복하는 듯 보였다. 신기하게도 비난보다 용서와 사랑이 확실히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무슨 애가 이렇게 부주의해? 전자레인지에 금속을 넣는 게 말이 돼? 상식으로 이해가 돼? " 

비난의 수류탄이 터졌다면, 와이프는 일주일 동안 나랑 말을 하지 않았을 테고, 일주일 뒤 "할 말이 있어 잠깐 앉아봐" 시전 후 몇 시간 동안 서운한 점을 말했을 거다. "난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아"류의 이혼 협박성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분명하다. 결혼생활 6년을 걸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지 않은 모습에 스스로 감사했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누구나 실패도 한다. 가끔 좌절 때문에 세상을 원망도 한다. 실수나 좌절에 대해 뾰족하게 대하기보다, 둥글게 사랑하니 훨씬 회복 탄력성이 좋았다. 나의 실수를 사랑하게 되니, 너의 실수마저 사랑스럽고. 나를 사랑하게 되니 비로소 너를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된 것 같다.

인생 수업비 굳었네. 맛있는 거나 사 먹으러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의 개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