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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Aug 10. 2020

오늘 하루는 '쓸' 만한 하루였습니까?

글쓰기에 대하여

'이은대 작가'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책으로만 접하던 작가를 온라인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작가는 글로 만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사회적 동물인지라 작가의 외모와 목소리, 어투까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머릿속 조각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니 하나의 색을 가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퍼즐 그림이 흩어져 한 조각만 들여다봐도 이제 그의 조각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명강이었다. 이은대의 작가 말이다. 

"우리는 글을 쓰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 모두 바쁘기 때문에. 그리고 특별히 쓸 거리가 1도 없으니까."

 이은대 작가는 내 머릿속 지우개로 머리를 ‘퉁’하고 내려친다. 타종한 듯이 청아한 메시지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쓸 거리 하나 없는 특별하지도 않은 하루를 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는 청취자들을 한 순간에 좀비로 만들어 버렸다. 숨만 쉬지 의미 없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좀비'나 다름없어 보였으니까.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를 필사적으로 되돌아본다. 멍하니 공허하다. 정말 쓸게 하나도 없었는가. 분명 있었을 거다. 단지 기억에 나지 않을 뿐. 그 순간 현상만 기억에 남고 제일 중요한 나의 생각은 휘발되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는 것 같다. 아까 분명 멋진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티브이에서 보았다. 희극인 ‘박영진'은 불운하게도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 신세가 됐단다. 가정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 앞길이 막막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의도 부근 환승 센터에서 일제히 사람들이 내리더란다. "삑-하차입니다. 삑-하차입니다.” 연속된 버스 카드 기계음에 자신의 처지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 그때 주머니에서 메모장을 꺼내 순간의 에피소드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금 안 적으면 까먹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써먹으려고 말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왜 난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가. 남들보다 작디작은 해마 탓에 순간의 생각과 감정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기록하는 습관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개그맨들은 자신의 에피소드가 남에게 도용될까 봐 노트에 기록해서 목숨처럼 아낀다고 한다. (MSG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례식장에서 절 받다가도 메모장을 꺼내 기록한단다. 필사적이다. 


생각들을 종종 기록해 놓긴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노트가 비어 보인다. 그렇다면 하루를 다시 되돌아봐야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작가님. 오늘은 ‘쓸' 만한 하루였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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