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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Nov 27. 2020

돈 줍기의 달인

 '운'을 물려받은 딸아이와 반대의 '운 없는'아빠

예전부터 와이프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렇다. 인생의 큰 굴곡이 없었다. 그래서 삶을 살짝 무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차피 알아서 다 잘 될 거'라는 긍정적(?) 편견을 장착하고 있다. 모두 모두 쉽게 쉽게 잘 풀리기 때문인가 보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국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취업운'을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운좋은 첫 취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공기업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 물론 지금은 주부지만) 그외 생각나는 대표적인 운들만 나열해 봐도 수두룩하다. 신혼여행 시 예약한 항공 스케줄 취소로 연계 항공사인 국적기를 더 좋은 좌석으로 이용했다.  홍콩 여행 때 마카오 카지노에서 2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따서 저녁을 저녁을 성대하게 먹었던 기억. 길을 가다가 항상 만 원짜리 줍는 것은 기본. 뜬금없이 차에서 내린 자리에 가져가라는 듯이 고이 누워있는 지갑까지.. ( 물론 신분증은 없었다. 있었으면 찾아줬겠지만 )  


곰곰이 생각해보니 습관적으로 잔디밭만 보면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그녀를 보며,  습관적으로 행운을 찾는 연습이 되어 있구나 싶기도 하다. 와이프 같은 사람들을 보면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행운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사족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면 와이프가 결혼 전 아가씨 때 점쟁이한테 갔었다. 말년에 돈복이 있단다. 무려 남편이 큰돈을 벌어 준다고 했다고 한다. ( 대체 그 복은 언제쯤 터질지 의문이다. 온전히 내 몫인 것 같은데 말이다.  )


와이프를 닮은 딸아이는 그녀의 운까지 물려받았나 보다. 길가다가 종종 돈을 줍는다. 모바일 시대, 대체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본인 지값에도 없는 그 현금을 길거리에서 주울 수 있다니.. 아이라서 눈이 좋은 까닭에 아이는 집에서 모든 모기와, 벌레를 추적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아빠, 모기! "

"아빠, 저기 벌레! "

그리고 이제 돈까지 주워오니 기특하기까지 하다. 뭐 꼭 돈이라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행운을 찾아 나서는 능력이 우수한 것 같아 부모로서 기분이 좋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하하.  


반면, 난 운이 없는 사람이다. 재수가 없는 것 까진 아니지만, 분명히 운은 없다. 되돌아 생각해봐도 인생에  운이 크게 작용한 적은 없었다. 흔한 뽑기 당첨부터 상품, 상금이랑은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복권이나 로또 같은 확률 게임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 능력, 혹은 기운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가족들의 운이 좋을 때면 상대방에게 기대어 얹혀 가고 싶은 욕망이 들기도 한다. 와이프가 갑자기 일천 확금에 당첨된다던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노래를 너무 잘해서 주니어 트롯(?)에 나가 상금을 거머쥐는 그런 '개꿈' 말이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지만 야무진 '개꿈'이다. 물론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냉정하게는 내 운명이나 삶을 무시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 줘야 하니까 말이다.


타고난 운명은 저마다 다르다. 지능과 적성 그리고 성격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쩌면 굉장히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설정된 디폴트 값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이러한 운명과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싸움에서 좌절하면서 자신이 부딪힌 운명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에 비해 너무나 가혹했고 인생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한탄할 수도 있지 않은가. 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추구하는 것은 잠깐 터진 운이나, 안락한 삶이 아니라 꾸준한 힘의 고양과 증대다. 운이 내 앞에 뚝 떨어지는 것에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내가 쏟은 노력에 대해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런 결과가 아닌 우연히 내 앞으로 떨어진 행운이라면 단호히 거절할 것도 분명하다.


아. 물론, 딸 아이가 주운 돈으로 맛있는 붕어빵을 사 먹었다. 달콤하더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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