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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Dec 16. 2020

조바심은 '나사'처럼 인생은 '볼트'처럼

헛도는 것 같아도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는 너와 나


나에게.


"왜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많이 아프신가 봐요."

병원에 들어서자 접수 간호사 선생님이 우려의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감기 기운이 돌아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근처 병원으로 갔다. 가는 길 조바심이 났다.

'늦으면 대기 시간이 엄청 걸리겠지?'

'병원에 잠깐 다녀오느라 외출했는데 길어지면 눈치가 보이겠지? '

'진료받고 약 타서 빨리 회복해야 할 텐데.. '

조바심에 등 떠밀려, '1등'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삐죽삐죽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았고, 식은땀 덕분에 많이 아픈 환자로 생각하셨다.

"아 네.. 시간이 없어서, 1등으로 오고 싶어서요"

"아.. 1등.. 병원까지 1등으로 와야 하는 세상이군요.. "


뭐가 그리 바쁜지 조급하다.

빨리 가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고. 빨리 낫고 싶다.

어플로 주문시킨 치킨이 30분을 넘어가면 가게에 전화를 걸기 바쁘다.

약간의 정체, 대기시간은 무료하다.

뭐가 그리 조급한 걸까.


'빨리 부자 되기' 열풍이 거세다.

주식이며, 부동산, 재테크.

현금 흐름 창출까지.

게다가 너도 나도. '유튜브'까지 가세했다.

모두 컨텐츠를 생산하지만 가끔 본질을 잃고 조급함이 컨텐츠를 앞지르는 모습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왜 이리 조급한 걸까.

100세 인생 시대를 살아가며 아직 반도 살지 않았는데.

아직 인생의 하루에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뭐가 그리 조급해서 스스로 독촉하고, 마음을 괴롭히는가.




아이에게.


부모의 입장인 나의 마음도 동일하다.

아이들에게 조급함을 심어 준다.

"빨리 양치해야지. 안 하면 이 썩어요."

"이제 낮 잠자야지. 지금 안 자면 일찍 자게 돼서 새벽에 잠이 깨요. "

"어린이집 갈 준비 해야지. 지금 안 가면 늦어요. "

"한글 공부해야지. 친구들은 다 하는데."

부모니깐 하는 소리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조바심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이가 나에게 묻는 것 같다. 

"아빠, 뭐가 그리 급해요?"




너와 나. 우리에게.


최근 재택근무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온종일 내 옆에 붙어 있다.

아빠가 하고 싶은 건 모두 함께 하고 싶은가 보다.

방에서 일을 보고 있으면 쪼르르 따라와 자기도 똑같이 따라 하기 바쁘다. 계속 말을 걸어온다.

집중력이 떨어져, 임시방편으로 알파벳 포스터를 한 장 만들어 출력해 줬다. 잠자코 혼자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퇴근 후 쉬는 시간에 거실에서 책을 읽는다. 일부러 딸아이가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나와서 읽곤 한다. 책 읽는 습관을 가르쳐 주고 싶으니까.

아빠가 하는 건 모조리 그대로 복사해버리는 아이. 알지도 못하는 한글 책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아는 자음들만 읽으면서.. 


아이를 보며 느낀다.

너도 나도. 우리도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구나. 

마치 아이들은 '나사'같다.

망치질 한방에 즉각 목적 달성해버리는 '못' 이 아니라.

마치 '나사'같다.


매일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아서,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부모들은 답답해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비선형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듯 나사처럼 매일 복고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점진적인 성장이 하루하루 일어나고 있었다.


희망한다.

그 끝에 다 닿으면 나사와 볼트가 체결되듯이

어떤 힘으로도 풀 수 없는 강한 존재가 되길.

나사 자체로는 용도가 없다 하더라도,

세계와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강하게 묵는

아교 같은 사람이 되길.


부모는 미지의 세계로 향한 너의 여행을 응원할 뿐.

매일 같이 조금씩 나사를 돌려나가자.


분명 헛돌고 있는 것 같아도 뾰족하고 날카로운 끝은 우리가 원하는 '그곳' 깊숙이 도달할 거니까.



보이진 않아도, 그렇게 점진적으로 우리도 성장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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