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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Mar 30. 2020

새벽마다 날 찾아오는 그녀

그녀와 중독에 빠진 이야기

새벽 5시 30분. 뚜벅뚜벅.


새벽 5시 30분쯤 되면 멀리서 자그마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맨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는 와이프가 화장실을 나오는 소리인지 다은이의 소리인지 가끔 헷갈립니다. 방앞으로 다가와 방문 고리를 한 번에 열지 못하고 열심히 위아래로 흔드는 것으로 보아서는 다은이 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 잘 잤어? "

" 응 아기 잘.짜.떠 "


아직도 이름보다 아기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익숙한가 봅니다. 아침 일찍부터 귀여운 그녀를 만나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 조금은 못 미덥기도 합니다. 새벽시간 독서, 글쓰기. 공부.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새벽 시간이 아니면 자기 계발을 해야 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라 그렇습니다. 그녀에게 아침부터 TV를 틀어 줬습니다. 제 욕심을 채우려고요. 그녀는 티브이를 보고, 저는 방문을 열어 놓고 그녀를 감시하며 제가 할 일을 합니다. 티브이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바다나무'와 '카봇'들이 총출동합니다. 노래가 나오고, 그녀는 따라 부르고 꽤나 집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TV라... 부모로서 맘이 편칠 않습니다. 맘이 편칠 않으니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해야 할 일의 효율도 점점 떨어집니다. 둘 다 손해인 상황.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굿모닝 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것이 모닝 요가의 시작입니다. 4살 꼬마와 함께 말이죠. 명상과 요가를 시작합니다. 물론 야매 이지요. 전문적으로 배울 시간도 소견도 없습니다. 우리는 유튜브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잖아요. 티브이로 유튜브를 실행합니다. '이렇게 양질의 콘텐츠가 많을 줄이야.'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요가를 틀어 줬더니 아주 잘 따라 합니다. 아빠와 달리 매우 유연합니다. 아빠도 함께 요가를 따라 합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 데 따라주지 않는 몸이 원망스럽습니다.  요즘 어린이 발레가 꽤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어린이 요가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동작들이 역동적이고 차분히 실행하기에 아이들의 부상도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는 요가를 따라 합니다. 제가 느끼는 개운함을 아이는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pure 한 관절과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중독의 시대

요가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흥이 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뽀로로는 이제 싫답니다. '바다나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캐릭터의 춤과 율동을 모두 외웠습니다. 자리에서 방방 뛰며 연신 포파페이( pow paw pay )와 포니테일을 외칩니다. 다음 레벨은 헬로 카봇입니다. 로봇들이 변신할 때 가장 좋아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중독의 초기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중독단계는 무엇이 될까요.


부모인 저는 어떨까요. 돈 버는 일. 재테크 공부. 독서. SNS 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도 중독일까요. 직장 나가는 것도 중독이라면 중독일지도 모르겠네요. 왜 돈을 버는지,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지, 나란 누구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직장에 나가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하는 거지 뭐!"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근로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부모이자 남편이니까요.  저야 말로 그럴싸한 변명에 쌓여 중독에 빠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제가 함께 할 다음 차례의 '긍정적인 중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그녀와 함께 중독될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로 즐길 수 있는, 매일 추억이 되는, 서로에게 사랑이 싹트는 중독 말입니다. 매일 새벽 5시 30분 그녀와 함께 무엇을 할지 고민되는 날입니다.



( 중독에 대한 추천은언제나 환영입니다 :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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