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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Nov 26. 2022

당신의 삶을 바꾼 일화는 무엇인가요?


알고리즘이 물었습니다. 



인생의 변화는 뜬금없는 곳에서 항상 시작됩니다. 저에게도 동일합니다. 첫 변화의 시작은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경험하는 '대학 수능 시험'이었습니다. 


눈앞이 노래지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되었습니다. 생애 경험해 보지 못한, 눈앞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아니 시험지가 백지장으로 변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쿵쾅거려서 시험을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바닥을 차가운 교실 바닥에 붙였습니다. 아마도 시험 감독 선생님도 '쟤 왜 저래?'라고 생각하셨을 테지요. 그래도 흥분한 심장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개미 콩알만 했습니다. 일생에 한번 있는 시험에서 자신의 컨디션을 발휘하기란 어려웠습니다. 꾸역꾸역 시험지를 보고 답안을 메워 나갔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생의 인생 농사를 망쳤습니다. 

'재수하면 되지 뭐' 


말은 쉬운데, 재수, 삼수하며 수도승처럼 공부만 할 용기는 있었으나 시험을 다시 칠 자신이 없었습니다. 1년에 단 한번 있는 시험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마치 정신적 공황 속에서 집중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포기했습니다. 나약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도 패배했고, 시험도 패배했고, 정신도 패배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예체능이었습니다. 실기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비실기 전형으로 디자인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여건상 불가능하거나, 역설적인 상황은 분명합니다. '입시미술'이라는 명분 하에 몇 년씩 준비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식당으로 따지면 카운터에서 계산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나는 국 끓이는 것이 좋아졌어. 이제 주방에 가서 식사를 담당할 거야"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대신 즐거웠습니다. 비록 학교는 지방 어느 구석에 있더라도, 전혀 배워보지 못한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어려운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말이죠.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한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하나의 선택이 진로를 바꾸었고, '디자인계' 직업을 얻어 11년간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지방 출신에 비실기 전형의 디자이너는 그렇게 (동종업계) 대한민국 1위 회사로 입성도 하였습니다. 매년 해외 출장도 갔습니다. 꽤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말이죠. 


시작을 했으니 맺음도 있어야 했습니다. 10년 넘게 일을 하고 늦게 깨달은 '자본주의'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면서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다시 또 내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하고 싶은 것이 또 생겼습니다. 그래서 금년 초 돌연 퇴사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매 순간 즐거운 일을 찾아 흐르듯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드라마 PD가 되어 있었지, 처음부터 PD가 꿈이었던 적은 없지 않은가. 꿈처럼 찾아온 직업이니 다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보내줄 수도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_김민식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 순간 선택하고 살다 보니 지금 이곳에 와 있습니다. 인생의 변화는 항상 자신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제 '선택'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되었고요. 


자유롭습니다. '자유'란 내가 하고 싶은데로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유란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는 삶'이라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대로 '선택'했고, 지금은 재미있게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제 인생은 또 변할 겁니다. 아마도 제 선택에 의해서요. 어차피 제 인생의 주인은 '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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