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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Apr 02. 2020

애증의 딸아이에게

내 새끼가 세상에서 가장 이뻐 보이는 이유

"하~지마~"

어디서 배웠는지 야무지게 내뱉습니다. 아빠의 애정표현은 늘 과격하지요. 꼬집고, 쓰다듬고, 딱 터지지 않을 만큼 안아줍니다. 너무 귀여워서 깨물 때도 있습니다. 어찌나 귀여운지 가만히 바라만 볼 수 없습니다. 놀아주는 것도 역동적입니다. 둘러업고, 돌리고 말이죠.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소중한 것은 조심히 대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아빠가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여쁜 조카들도 사랑스러운지 잘 몰랐어요. 아이라서 귀여운 정도랄까요. 그랬던 제가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달라졌습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본능일까요. 저는 본능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합니다. (함함하다 :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고슴도치 털이 날카롭잖아요. 그것조차 자기 새끼라 보드랍게 느껴진다는 의미죠. 얼마나 예뻤으면 뾰족한 털도 보드랍게 느껴질까요. 비록 '장도연'님 때문에 어미에게만 예쁘게 보이는 룰은 깨져버렸지만 말이죠.

출처 : 나 혼자 산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때를 쓰고, 말을 안 들어도 잠시 기분이 상할 뿐 금방 사랑스러운 아이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이 미운 것은 단지 부모가 이해심이 부족한 순간뿐이었고,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제 딸아이를 만든 것은 저와 와이프입니다. 눈도 있고요. 코도, 입도 있습니다. 심장도 팔딱팔딱 잘 뜁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세상에 이런 예쁜 피조물을 만들다니요. 놀랍습니다. 마치 조물주가 된 기분입니다. 창조자의 삶을 만들어준 아이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관대한 조물주의 마음이 아닐까요.


모든 부모들은 신과 같습니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인을 왕비 대접을 하면 자연스레 왕이 된다고 하던가요. 아이들이 우리를 '신'으로 만들었습니다. 유치하지만 매일 육아라는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힘들게 육아하는 신들께 경의를 표하고자 글을 씁니다. 당신의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쁩니다.



아이야, 신은 널 헤치지 않는단다. 다만 뜨겁게 사랑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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