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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Sep 15. 2022

5 우르르 쏟아져나오면

 트럼프 카드 섞을때 처럼 착착 박자를 맞춰가던 일상과 계획이  한번 어긋나는 때가 있다.  카드패가 우르르 튀어나와 손가락 틈을 통과해 탈출하려하면 간신히 이를 잡아 추스르는데, 이 과정을 삶에서도 치룬다. 분출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데 억누르기만 하면 될까. 생각이 드는데 억지로  생각 안할  있을까.


 오늘은 할머니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셔서는 엄마에게 부축받으며 내 이름을 연신 불렀다. 엄마와 교대하여 할머니를 침대까지 모셔드렸다. 발까지 올려드리고, 커텐을 치고, 전기장판에 불을 껐다. 식은땀 흐르는 창백한 할머니 얼굴을 바라봤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몇 번 더 부르셨다. 할머니 배에서 장기가 꼬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 났다. 배위에 내 손을 얹었다. 기다렸다. 잠에 드신걸 확인 하고 나왔다. 어쩐지 나까지 얼이 빠진 상태가 되었다.


 할머니는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번씩 덜커덩 하며 한단계 상태가 추락하면 다시 올라갈 일은 없다. 유지 하다가 쿵 내려앉고, 잠시 있다가 또 낙하한다.

 그렇게 내려가는 과정을 외면해 왔다. 그러나 어둠에 잡아먹히는 할머니가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이름을 부르는 날은 내 마음 속 참아왔던 뭔가가 우르르 쏟아져내린다.

나는 쏟아진 카드를 다시 주어 추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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