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칠레는 가을

날씨에 반응하는 내 마음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선선하게 느껴지던 공기가 지금은 서늘하다. 몸에 찬 기운이 느껴질 때마다 내 마음도 위축된다. 날씨에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빨래를 널기 위해 발코니에 가서 맨발로 바닥을 디뎠을 때 뼛속까지 느껴지는 차가움이 싫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양말 먼저 신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

나는 대답했다.

"엄마는 비가 오면 하루를 망친 기분이야."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비가 오면 습관적으로 '아!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뭐가 망하는 줄도 모르고. 아마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을 걱정, 우산을 챙겨야 하는 불편함, 높은 습도로 인해 느껴지는 불쾌감 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우산을 잃어버려도 불쾌감이 느껴져도 망한 것은 없었다.


나는 날씨가 늘 쾌청하기를 바란다. 변화가 두렵고 싫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옷을 챙기는 것, 추위나 더위에 대비하는 것 등 변화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귀찮고 불편하다. 모든 것이 변하는데 날씨라고 안 변할까.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가 않는데 날씨라고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어제는 잘 돌아가던 세탁기에서 물이 새고 오늘은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이체가 정지되었다. 밀린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료 납부로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변하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 변화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자각해야겠다. 변했다고 해서 망한 것이 아님을 이제 알 것 같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망하는 것에 실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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