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2023. 5. 23.

오늘은 내 생일이다. 평소처럼 보냈다. 남편이 대학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라 서둘러 아침을 먹고 시장에 다녀왔다. 한인 마트에 가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에 필요한 다소 비싼 가공식품들을 쓸어 담았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토요일 점심은 무조건 라면이다. 주말에 한 끼를 차리는 수고를 덜기 위한 것도 있고 둘째가 라면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매주 토요일 점심은 라면 먹는 날로 정했다. 칠레에서 한국 라면은 싸지도 않다. 싸지도 않은 간편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미역국을 끓이지 않았다. 내 생일에 소고기를 잔뜩 넣어 맛있게 미역국을 끓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그날이 되니 내 생일만이라도 미역국을 끓이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으로 시장에서 사 온 채소를 조리해서 채식비빔밥을 먹었다.


남편이 산티아고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케이크 가게에 가서 내가 좋아할 만한 케이크를 사 왔다. 비싸면 그냥 조각 케이크를 사 오라고 했는데 남편은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가게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며 골라온 케이크가 한화로 5만 원이나 했다. 케이크는 맛있었지만 너무 달았고 비싸서 내 속은 쓰렸다.


역시나 생일 축하 메시지는 시어머니가 1등으로 보내주셨다. 칠레와의 시차까지 고려하여 메시지를 보내신 어머님의 세심함에 감동했다. 나도 고마운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 메시지를 보내드렸다.


작년 내 생일 이후 내 생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에서도 생일에 평범하게 보냈는데. 한 번 서운함을 느끼고 나니 다시 그 마음을 느낄까 봐 걱정했다. 생일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면 되는 거였다. 오늘은 축하 인사를 많이 받지 못했지만 크게 서운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도 다른 사람의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이번 생일에는 아들들에게 끝까지 요구해서 편지를 받아냈다. 급하게 써서 주긴 했지만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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