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겨울

2023. 5. 26.

칠레는 겨울이다. 낙엽이 다 졌다. 칠레의 겨울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흐린 날이 많고 비도 가끔 내린다. 지난 며칠 동안 계속 날씨가 흐렸다. 빨래가 마르지 않아 아이들 교복을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날씨가 우중충하니 내 마음도 우울해질 것 같았다.


오늘 오랜만에 해가 나왔다. 서둘러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오후에는 다시 흐려졌지만 맑은 날씨가 반가웠다. 중고로 구입한 난로가 있어 잠깐씩 켜두는데 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 돈을 들여서라도 문명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무사히 학교에서 데려왔다. 버스를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니 나도 같이 지친다. 오늘은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제법 큰 것 같다. 좋아하는 영화가 생기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보여 달라고 한다. 영화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날이 오다니. 가끔 아이들의 키가 큰 것을 확인하고는 뿌듯할 때가 있다.


시아버지의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심하고 계실 시부모님이 걱정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아프고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지고 자식들을 걱정시키고 그러는 것이구나. 노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되는 것 같다.


주말이 시작된다. 여섯 끼의 식사 준비와 집안일이 두렵다.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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