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29. 2023

언니의 실수

불편한 마음은 꿈에 나타난다

어제 꾸었던 꿈이 이해가 되었다. 꿈에서는 남편이 잘못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나의 친언니가 실수를 했다. 큰 실수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타격이 있었다. 언니는 나와 언니 모두 관계가 있는 지인에게 내가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나에게 사과도 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언니와 나눈 메시지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사과는 충분했다. 사과를 받았어도 마음이 찜찜했다. 청소할 때, 혼자 집에 있을 때 그 일이 생각났다. 더 솔직하고 자세하게 내 마음을 언니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잊을만하면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낼까. 뭐라고 보낼까. 다시 또 그러면 언니도 안 본다고 쓸까. 아니면 농담 삼아 말하는 것처럼 다시는 남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할까.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런 실수도 어쩌면 그렇게 엄마를 닮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엄마는 자신은 솔직한 사람이라며 딸에게 상처 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걸 정직이라고 믿고 자신의 감정을 필터를 거치지 않고 표현했다. 


가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에게 엄마와 닮은 점을 발견한다. 내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는지도 모른다. 내가 왜 그 사람이 싫은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엄마의 모습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나를 만날 때마다 타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푸념만 한다. 그들과 같이 있을 때나 그들을 만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들의 행동은 모두 엄마가 나에게 했던 일들이다. 


엄마에게서 내가 벗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왜 그랬을까. 그들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겠지.' 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나에게 그랬으면 안 됐어!'이다. 장남인 오빠에게, 큰 딸인 언니에게도 하지 않은 일들을 왜 나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했을까. 




나는 여전히 부모님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다. 그 마음의 크기가 작아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워하는 것 밖에 없으니 있는 힘껏, 후회 없이 미워해보고 싶다. 내 마음에 있는 미움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내 두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커지면 커지는 대로, 작아지면 작아지는 대로 그 마음을 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5월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