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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l 03. 2023

솔직하게 말했어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때

일전에 지인의 부탁으로 인한 마음의 불편함을 글에 토로한 적이 있다. 그 지인은 오늘 나에게 지난번 보다 자연스럽고 정성스럽게 무례를 저질렀다. 글에 다짐했던 대로 오늘 나는 그의 부탁을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솔직하게 나의 상황과 입장을 전했다.


믿었던 가족이 나에게 선을 넘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만만한가?'

생각은 생각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나의 상담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다.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없으니 그건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하는지 생각해 봤다. 


나는 나를 도와준 적이 있는 사람의 부탁은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 도움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내가 도움을 받는 순간 나는 '을'이 돼버린다. 질질 끌려다닌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에게 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작게나마 성의 표시를 한다. 마음의 빚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게 관계에서 나를 괴롭힌다. 언니가 나에게 했던 실수도, 지인의 무례도, 엄마의 나에 대한 가스라이팅도 모두 그런 환경에서 가능했다. 내가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그런 실수와 무례의 횟수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지인에게 처음으로 부탁을 거절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한참 동안 괴로웠다.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서운해하고 관계가 끝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내 메시지를 받은 지인은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 별일 아니었는데. 의외로 쉬운 일이었는데. 그동안 바보 같이 끌려다니며 생각에 생각을 키운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관계에서 넘어질 때마다 그 이유를 몰랐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예민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그들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혼자 생각을 키우다 그런 것이다. "내가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말은 의사소통에서 제일 독이 되는 말 같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내 마음을 표현해 보자고 오늘 나는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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