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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Aug 04. 2023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내가 했던 선택들을 돌아보다

요즘 나의 직업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로 시작해서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로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내가 한 선택들은 모두 온전히 내가 한 결정일까?


아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대하는 나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런 내가 사범대에 진학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이 가난해서다. 원래 가난했지만 내가 대학에 진학할 시기에 더 가난해졌다. 집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사람이 필요했다. 오빠, 언니, 나 중에서 내가 가장 적합했다. 


사범대학은 내가 원하던 진로가 아니었다. 다른 대학에서 이미 합격 통보를 받아 등록금까지 납부한 상태에서 추가로 사범대학의 합격 소식을 들은 엄마는 나에게 묻지도 않고 바로 등록했다. 그날 나는 펑펑 울었고 엄마는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며칠 동안 울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나는 잠시 집안 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불효녀가 되었다. 


교사로 살았던 19년 동안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내 적성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학교 구성원들과의 관계, 많은 업무로 힘들어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를 속이며 버틴 거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매일 수십 명의 학생을 만나는 일은 버거웠다. 젊은 교사라고, 열심히 일한다고 일을 몰아주는 학교의 풍토는 폭력적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나는 끊임없이 세뇌를 당했다. 여교사는 시집가기 딱 좋다는 이야기는 20대에 많이 들었고 애 키우는데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이야기는 30대에 자주 들었다. 40대에는 경제도 어려운데 어디 가서 이 돈을 벌겠냐고, 잘릴 걱정이 없어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사회가, 가족이, 지인들이 끊임없이 말했다. 


이제 와서 뭘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직업을 바꿀 용기도 능력도 없다. 앞으로 10년은 거뜬하게 교사로 일할 가능성이 많다.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은 내가 한 것이지만 온전히 내 결정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교사가 아닌 삶을 꿈꿔보지 못했던 나의 청춘과 젊음이 아깝고 안타깝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나를 속이고 살았던 많은 시간들이 안쓰럽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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