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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Aug 04. 2023

학교는 위험한 곳

학교의 교문이 잠겨 있기를 바라며

어제 충격적인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었다. 40대 교사가 학교에서 누군가의 칼에 찔렸다는 내용이다. 학교는 참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한국에서 학교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자신을 학생의 보호자라고 말하면 누구나 아무 때나 학교 출입이 가능하다. 일반계 고등학교 중에서는 이른 새벽에 등교가 가능한 학교도 있다. 내가 근무를 시작한 2004년에는 여러 가지 물건을 가지고 교무실에 들어와 교사들에게 파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도 학교에서 신용카드 발급, 은행 예금이나 적금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방학 때 외국 학교를 방문하고 오신 선생님은 그 나라는 학교 교문을 항상 잠가놓는다고 하셨다.

"학교 교문을 잠가 놓는 것은 당연해! 학생들한테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왜 교문을 열어 놓는지 모르겠어." 

그 당시 선생님은 학생이 자유롭게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교문을 잠그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금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교문 통제가 필요하다.


모든 학교의 교문이 항상 열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니 내가 근무했던 학교의 상황을 일반화할 수 없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는 '학교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교문 앞에서 교통 지도를 하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있었다. 학교 지킴이는 상시 고용 상태는 아니었다. 하루에 4시간 또는 그보다 더 많게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그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교문은 안전 공백 상태가 된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외부로 나갈 수 있고 외부인은 자유롭게 학교로 들어올 수 있다.


학교에 출입하는 외부인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는 없다. 만에 하나 범죄 의도를 가지고 학교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학교에는 경찰도 보안 요원도 없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도 학교에 출근했다. 교장선생님께 학교 지킴이를 더 고용해 달라는 건의를 해도 규정이 없어서 안된다는 말만 수차례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칠레는 치안이 좋지 않다.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온다. 사정이 안되면 사람을 고용한다. 하교할 때 부모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별도로 배정되어 있는 학생 코드를 말하면 아이들을 나올 수 있게 한다. 학부모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한국보다 안전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하교 풍경


공무원이 생각하는 '안전'은 무엇일까? 돈은 많이 들고 성과는 없는 그런 걸까. 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할 때 안전에 대한 예산을 가장 먼저 깎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깎았을 테지만 그런 사이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정말 안전할까. 정말 우리에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학교 지킴이가 상시 고용 되기를 바란다. 하루 내내 교문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학교를 출입할 때 신원을 밝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학교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 누구도 학교에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문은 늘 잠겨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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