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을 때 쓰기

2023. 7. 6.

아침 6시, 남편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명상을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다. 일찍 일어난 게 아까워서 뭐라도 하려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다 시간이 가 버린다. 바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마음 편하게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럭저럭 잘 보낸 하루였다. 햄버거를 먹었고 산책을 했다. 저녁을 먹고 가족 모두 스쿼트 200개를 했다. 미국 여행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모았다. 교통편을 예약했다. 매일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새 짐을 싸는 날이 오겠지.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


샤워를 하다 불쑥 언니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언니도 엄마랑 같구나. 내가 이해할 수 없겠다. 설거지를 하다 나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았던 지인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만 있을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혼자가 되기 싫어 마음을 열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모두 내 잘못 같다. 내가 나를 가장 세게 공격한다. 나는 억울하다. 도와주려고 했고 맞춰주려고 했는데 내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 괘씸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거라 믿었던 부모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때만 사랑을 주었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 조심하라는 말을 흘려듣고 아무나 믿었던 나는 칠레에서 만난 지인에게 시달렸다. 정말 다 내 잘못일까.


내 주변에 이상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친구인 남편이 있고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는 상담 선생님도 계신다. 더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 나는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 요즘 그 쓴맛을 제대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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