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피곤한 날

2023. 7. 5.

아침에 일찍 일어났지만 그냥 누워 있었다. 오전에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점심때 비빔국수를 했다. 또 망했다. 소면의 양은 많은데 냄비가 작아서 국수가 제대로 익지 않았다. 첫 번째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이번엔 더 신경 썼는데.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하고 나니 기운이 없었다. 낮잠을 잤다. 피로 해소엔 잠이 최고다. 뭐든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 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4명이 다른 나라로 움직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빚을 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에서는 쇼핑과 외식을 하지 않는다. 일상은 조금 힘들고 재미없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줘서 좋다. 한국에서는 내가 바쁘고 피곤해서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때 하지 못했던 여행을 지금 마음껏 하고 있다.


평소에는 목요일이 되면 피곤해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피곤했다. 남편은 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열심히 백종원 요리 스승님의 유튜브를 보더니 감자전을 해줬다. 맛있었다. 남편의 요리 실력과 자신감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삶이 주는 여유가 요리에 대한 흥미를 갖게 했다. 흥미가 생겨 계속하다 보니 요리 실력과 자신감이 쌓였다. 선순환이다.


한국에서 남편에게 칠레 생활에 대해 묻는 사람이 생겼다. 칠레에 오기 전, 막막한 상황에서 준비하던 우리가 생각나 남편이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수차례 이메일이 오갔고 오늘 문득 나는 '그 사람이 핑거 프린스(또는 프린세스)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질문을 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내가 좀 알아보고 어려웠던 점을 질문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뭐든 다 알려달라는 태도는 상대를 불쾌하게 만든다. 나도 주의해야겠다. 질문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든 적당히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내일은 햄버거를 사 먹기로 했다. 남편이 쓰는 카드로 결제하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집밥도 지겹고 밥 하기는 더 지겨워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기대된다. 남이 해주는 끼니라니. 내일 저녁에 먹을 햄버거를 생각하면서 점심까지 열심히 밥을 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햄버거가 눈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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