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9.
어제 아이들의 전기장판을 깔고 잤는데 너무 뜨거워서 새벽에 자주 깼다. 그 뜨거움이 싫지 않았다. 이불속의 따뜻함이 좋아 아침에 잠에서 깬 상태로 오래 누워있었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럴 때는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일단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정신이 번쩍 난다. 다시 침대로 가기 어렵다.
아침은 토스트를 먹을 때도 있고 밥을 먹을 때도 있다. 한식과 빵 중에 선택한다. 아이들이 먹는 것을 지켜보니 밥을 먹을 때 먹는 속도가 더 빨랐다. 칠레에 오면 빵을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역시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아침은 무조건 밥이다. 바쁜 아침 시간에 전날 끓여놓은 국에 밥을 말아서 얼른 먹기 좋다. 근데 오늘 점심은 뭐 먹지?
감정이 복잡한 상태에서 잠을 자면 꿈을 꾼다. 칠레에서 만난 지인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을 때, 편하지 않은 사람과의 식사 약속이 예정되어 있을 때, 이런저런 일들로 속상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잠자리에 드는 날은 어김없이 꿈에 에피소드가 하나씩 나온다. 어제는 언니가 나왔다.
외국 여행을 앞둔 나는 짐을 싸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가기 전 언니의 일을 도와주다가 가방에 내 옷을 넣는 것을 잊어버렸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캐리어에 옷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급하게 언니에게 전화해서 옷을 넣은 가방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단칼에 거절했다. 배신감은 둘째치고 외국에 가서 옷도 없이 어떡하나 하는 걱정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어릴 때 내가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들이 이제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억압해 두었던 부모에 대한 감정들을 지금 느끼고 있다. 분노, 배신감, 억울함, 속상함 등등. 부모가 가여워서, 무서워서, 말해도 받아주지 않아서 내가 느끼기도 전에 내 안에서 증발해 버린 무수한 마음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그 마음 그대로 인정하고 돌봐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