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기다리며
오늘은 남편이 대학원 수업에 출석한 지 이틀째다. 하루 내내 나는 아이 둘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방전된 휴대폰 같다. 삼시 세끼와 간식 챙기기, 공부 시간 관리, 산책, 청소와 빨래 그리고 잔소리까지 혼자 다 하려니 오후쯤 되면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둘째에게 화가 폭발했다. 이러다 일주일 내내 '1일 1분노 폭발 챌린지'를 할 것만 같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는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내가 챙겨할 일이나 사람이 없는 상태. 내가 충전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아이들이 집에서 나가고 나면 청소를 하고 조용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요즘은 아이들이 공부할 때 얼른 나는 일기를 쓴다. 아이들이 중간중간 거실로 나와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는 소리가 들리면 글을 쓰다가 흐름이 뚝 끊긴다.
나는 예민한 편이다. 특히 청각이 예민하다. 누군가의 큰 목소리,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음에 깜짝깜짝 놀란다. 그런 내가 학교에서 일하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학교는 조용할 틈이 없다. 쉬는 시간은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로 복도는 왁자지껄하다. 수업시간이라고 조용할 리 없다. 소란스럽게 떠드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나면 다른 아이들이 이어서 떠들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내가 직업을 제대로 선택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았다. 소리 자체가 싫었다.
오후에 아이들에게 화를 낸 나는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늘 같은 패턴이다. 화내고 후회하고 자책하기. 화를 내면서 에너지를 한 번, 후회하고 자책하며 또 한 번 쓴 덕분에 저녁 준비를 하는 내내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오늘 아이들과 산책하면서 다짐했다. 육아가 비장할 필요는 없다고. 비장한 육아는 화를 부른다고. 그걸 알면서도 아이들과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하루가 평화롭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나의 육아 태도를 돌아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은 앞으로도 많다. 이렇게 긴장한 채로 아이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 내가 편해야 아이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다. 무엇부터 점검해야 될까. 내 안에 있는 불안이 먼저겠지. 이것부터 살펴봐야겠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나를 충전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겠다. 이럴 때는 틈틈이 충전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사이, 영화를 보는 사이에 시간을 내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해줘야겠다. 휴대폰은 멀리 떨어뜨려 놓고 나에게만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