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눈물과 뽀뽀

너 잘 자라고 있는 거지

아이들의 휴일 공부 시간은 3시간이다. 아이들은 보통 새벽 6시쯤 일어나 1시간을 하고 아침을 먹고 1시간, 점심을 먹고 1시간을 해서 3시간을 채운다. 남편이 대학원 수업에 출석하는 토요일에는 오전에 공부 3시간을 다 끝낸다. 오후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은 아빠와 축구를 하며 놀고 싶어 한다. 남편의 외출 여부가 아이들의 공부 태도를 결정한다.


아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둘째는 남편이 집에 있으면 공부 태도가 달라진다. 느슨해진다. 자꾸 남편에게 물어보고 남편이 있는 거실로 나온다. 주로 물을 마시러 나오는 척을 한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늦게 일어났다. 잠은 깨어 있었지만 일어나기가 싫어서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거실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니 둘째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남편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둘째는 나에게 질문하면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니 친절한 아빠에게만 묻는다. 남편은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림까지 그리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거실로 나와서 보니 둘째는 문제집을 가지고 남편이 공부하는 책상에서 문제를 풀며 아빠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거야."라고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공부가 끝나고 채점을 하면서 둘째가 며칠 동안 고민했던 문제의 정답을 맞힌 것을 확인했다. 나는 둘째를 불렀다.

"이 문제 제대로 이해했어?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 줄래?"

"최소 공배수를 구해야 되니까......"

"왜 최소 공배수를 구해야 되지?"

"......"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아빠의 설명만 듣고 대충 풀어 답을 맞힌 둘째에게 화가 났다.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다. 공부는 네 책상에서 하는 거라고. 수학 문제는 끝까지 혼자 풀어야 한다고. 남한테 물어서 답만 맞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풀이 과정을 설명할 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거라고. 공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어도 둘째에게는 서운하게만 들리나 보다. 눈물을 펑펑 쏟는 둘째를 보며 나도 마음이 아프다. 평소에 둘째는 내가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오늘도 그런 것 같아 속상하다. 나도 나의 엄마처럼 될까 봐 두렵다.


오후 공부가 끝나고 나는 또 둘째를 불러 풀이과정을 설명하라고 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자 둘째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매일 고민한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게 효과적일까, 아니면 엄하게 알려줘야 할까. 친절한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부를 시킬 때는 나도 모르게 엄해진다. 이러다 둘째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 배우지 못한 것들을 아이에게는 알려주자고. 다만 조금 더 친절해지자고.


어릴 때 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엄마는 나를 호되게 혼냈다. 언니와 오빠가 나보다 공부를 못했는데도 유독 나만 혼냈다. 나는 혼내면 열심히 하니까, 효과가 나타나니까 나만 잡았다. 나는 공부를 못하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엄마가 확실히 잘못했다. 엄마는 나에게 공부를 제대로 가르쳐 준 적도 없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어린아이에게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은 잘못한 거다. 나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시험 성적으로 다그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둘째를 달래주며 나는 말했다.

"엄마가 문제의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것에 대해 화내지 않잖아. 문제는 틀릴 수도 있어. 차차 알아가면 되지.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부에 대한 태도야. 아빠한테 물어가며 쉽게 빨리 해치우려고 하는 태도가 못마땅한 거야.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성실하게 끝까지 자기가 해결해 보려는 태도가 더 중요한 거야."


둘째의 마음이 풀어지길 기다리며 나는 또 다짐한다. 혼낼 때 혼내더라도 내가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아이에게 꼭 주자고.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데 둘째가 자러 간다며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다행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관대하구나.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면 되는데. 엄마는 나를 혼내기만 하고 사랑을 줄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그럼 어린 시절의 내가 공부 못하는 나를 덜 미워하고 지금의 내가 엄마를 덜 미워할 텐데. 둘째를 공부시킬 때마다 나와 둘째가 겹치지고 나와 엄마가 겹쳐져 마음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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