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커서 겨우 내가 되면 어떡하지

둘째를 보면 불안해지는 나

나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차분하고 똑똑한 큰아들, 잘 생기고 세심한 둘째 아들. 큰아들은 믿음직스럽고 둘째 아들은 사랑스럽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둘 다 내가 낳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남편과 나는 가끔 말한다.

"우리에게 큰아들만 있었으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문제아로 보였을 거야!"


큰아들은 성격이 무난한 편이다. 같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밥도 잘 먹고 공부할 때도 크게 손이 가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고 기타를 잘 치고 종이 접기가 취미다. 정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잘 맞다.


둘째는 다르다(둘째 이야기를 쓰려는 동시에 휴~하고 한숨이 나온다). 움직임이 많다.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딘다. 하루에 한 번은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강아지 같다.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형과 같은 방에서 나란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것 같다. 책 읽기는 좋아하지 않고 자꾸 아빠에게 와서 놀아달라고 한다. 같이 있으면 피곤하다. 손이 많이 간다.


성격만 놓고 보면 큰아들은 아빠를, 둘째는 나를 닮았다. 남편은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온순하다. 나는 성격이 급하면서 예민하다. 사는 데 불편함이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둘째에게 자꾸 내 모습이 보인다. 둘째는 내 성격의 좋은 점도 갖고 있지만 엄마눈에는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내 성격의 안 좋은 점이 아이에게서 보이면 화가 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오늘 저녁, 평소에 자주 먹었던 시금치와 숙주나물을 넣어 비빔밥을 해주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묻는다.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고 싶은 방법을. 큰아이는 비빔밥보다는 그냥 밥과 반찬으로 먹고 싶다고 하여 그렇게 해주었다. 둘째는 비빔밥으로 먹겠다고 해서 해주었는데 밥을 먹다가 갑자기 토하는 것이다.


둘째가 아프거나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면 걱정을 먼저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둘째는 음식에 예민한 편이다. 무언가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식감이 좋지 않은 것이 느껴졌나 보다. 먹던 것을 토하는 둘째를 보며 나는 화가 났다. 매번 잘 먹게 해 보려고 신경을 썼는데. 나보고 도대체 어디까지 하라는 거지. 무안해진 둘째는 방으로 들어가서 자기 전까지 나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면 아이를 불러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둘째와 같이 밥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한다.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 음식을 자주 흘리고 물이나 국물을 엎지르는 일이 많아 밥을 먹는 내내 나는 신경이 곤두서있다. 한참 동안 산만하게 밥을 먹어 나를 신경 쓰게 했던 아이가 토하기까지 하니 마음이 차분해지기 어려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힘들다는 것을 매번 느끼지만 내가 느끼는 어려움은 따로 있다. 나만 육아를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능숙하게, 어떤 사람은 혼자서도 잘하는데 나만 이렇게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건 아닐까.


내 성격이 예민해서, 아니면 내가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못 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 괴롭고 불안하다. 아이들이 나 때문에 마음이 건강하지 않게 자라면 어떡하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빠에게만 안기는 둘째 아들


둘째는 유독 아빠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건지 집착하는 건지 모를 만큼. 나는 둘째를 예뻐하면서도 엄격하게 대한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너그럽다. 그래서 둘째가 아빠를 더 따른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나만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서운하다.




언젠가 상담 선생님께 둘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를 닮아서 나처럼 될까 봐 걱정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아이는 나와 절대로 같을 수 없어요. 달라요."


나를 닮은 둘째가 나처럼 마음이 힘든 채로 살까 봐 걱정이 된다.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 둘째와 나는 엄마도 다르고 아빠도 다르다. 그러니 꼭 나처럼 되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달래 본다. 내가 우리 엄마 같지 않듯이 남편도 우리 아빠 같지 않으니까, 안심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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