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피자

2023. 7. 15.

드디어 남편의 대학원 수업이 끝났다. 남편은 대학원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 왔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챙겨주고 나니 나는 긴장이 풀렸다. 졸음이 왔고 점심에 먹은 라면으로 인해 배가 아팠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저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피자 사 먹을까?"


칠레에 와서 세 번 정도 피자를 먹었다. 식당에 있는 여러 가지 메뉴 중 피자가 제일 가성비가 좋고 아는 맛이라 골랐다. 오늘은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유명한 피자 브랜드의 피자를 먹어 보고 싶었다. 피자만 파는 곳. 한국에서 본 도미노 피자 같은 느낌이지만 그보다 훨씬 저렴했다.


나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남편이 피자를 포장해 왔지만 식지 않았고 사이즈도 컸다. 한국의 피자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정말 맛있었다. 이곳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칠레의 치즈가 맛있어서 피자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세 조각의 피자를 먹었다. 한국에서는 피자가 맛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나는 언제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음식을 먹을 때 그렇게느낀다. 내가 맛있다고 말한 음식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상태에서 먹은 것이다. 오늘은 남편의 대학원 수업이 끝나서 나도 여유가 생겼고 저녁을 하지 않아 기분이 좋았고 피자의 가격이 비싸지 않아 외식비에 대한 나의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해서 고른 메뉴가 모두의 입맛을 맞췄다는 쾌감도 있었다.


여행도 음식과 비슷하다. 무엇을 먹었고 어디를 갔느냐 보다 누구와 먹었고 누구와 갔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내 앞에 있어도 평소 불편한 사람이나 직장 상사와는 맛있게 먹을 수 없다. 비싼 돈을 내고 멀리 여행을 가도 같이 간 사람과 친하지 않거나 같이 간 사람과 불편한 일이 생기면 여행을 망친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나 여행을 갈 때 혼자 하는 것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거 너무 맛있어!"라고 내가 말하면 같이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멋진 경치를 보며 "여기 정말 멋지다!"라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음식이든 여행이든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관계에 지쳐 혼밥을 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데 곁에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덜한 것은 아이러니다.


앞으로 나에게 맛있는 음식의 목록이 계속 늘어나면 좋겠다. 그건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커피 대신 민트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