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2023. 8. 10.

칠레에 온 지 거의 1년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딱 10개월이 남았다. 칠레의 사계절을 겪고 나니 안정된 느낌이다. 삶은 거의 예측 불가능하지만 날씨와 기온은 예측 가능해졌으니까. 1년 동안 내 마음은 늘 방황했다.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했고 불안과 걱정은 자주 찾아왔다. 지금은 한국에 가려면 뭘 준비해야 되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


칠레에 머무는 1년 10개월은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길지 않다. 나의 40대를 기준으로 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2개월 동안 나는 수입이 없었고 직장에 근무하지 않아 경력이 단절되었다. 다시 돌아가서 이것들을 만회하려면 남들보다 더 달려야 될지 모르겠다. 달리고 싶지 않지만. 교사로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사고 치지 않고 불미스러운 민원에 휘말리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제일 큰 바람이다.


남은 10개월도 나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야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잘 보내고 집안일은 힘이 닿는 대로 하고 여행 계획도 세우고 골프도 꾸준히 쳐야겠다. 요즘은 시간이 가는 게 아까워서 잠자리에 들 때마다 아쉬워한다. 또 하루가 이렇게 가는구나.


칠레에 와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남편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사랑받은 경험이다. 남편과 함께 하는 동안 내 인생 전체를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나를 위로했다. 글을 쓰면서도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칠레에 머물며 나를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을 준비해야겠다. 남편과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먹는 점심은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맛있게 먹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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