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쓰는 일기

2023. 8. 17.

매거진 이름을 '아침에 쓰는 일기'라고 정한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끝마친 후 후련한 마음으로 아침에 글을 썼다.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아침에 글이 써지지 않는다. 괜히 브런치스토리에 들락날락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며 아침 시간을 보내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차분해지기를 기다렸다 글을 쓴다.


아침에 글을 쓸 때는 내 마음에 집중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 아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아침이니까. 밤에 쓰는 내 글은 꼭 반성문 같다. 반성할 것들 투성이다. 하루를 잘 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 오늘도 망쳤다는 패배감이 밀려와서 괴롭다. 그런 마음들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 끝내 글을 쓰지 못하는 날도 있다. 오늘도 그럴 뻔했는데 그래도 쓰자고 다짐하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글을 쓰기 직전까지 나는 이런 생각들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가난할까'

마음이 바닥 끝까지 내려갔다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몸이 피곤해서 마음이 그런 건지 확인한다.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친절하지 못했고 사소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짜증을 냈으며 과거를 탓하며 후회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도 내가 저지른 실수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하루 내내 불친절했던 것은 아니고 계속 짜증을 낸 것도 아니며 종일 후회만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실수하지 않는 하루가 있긴 할까. 그건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변명하고 싶다.


오늘은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쓴 작가의 추억이, 사랑받은 경험이, 그를 지지해 준 어른의 존재가 미치게 부러웠던 하루였다. 남을 질투하고 있으니 내가 마음에 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남편의 가벼운 조언조차 나를 화나게 할 만큼 나는 내가 못마땅했다.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작가를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나는 밥을 지어야 했고 엄마로부터 넘치게 받은 사랑에 감사해하는 작가를 시기하며 나는 내 아이에게 퉁명스러웠다.


서러웠다. 이런 내 마음을 말할 데가 없어서 외로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외로움을 감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한국에 간다고 이 외로움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나는 어떻게 이 외로움과 잘 지내며 곱게 늙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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