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9.
말하기도 듣기도 힘든 하루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이고 싶은 하루였다. 현실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먹이고 나도 먹어야 한다. 마음은 엉망진창이지만 집은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은 청소를 미루다 결국 하지 못했다. 비 오고 흐린 날씨라 세탁기도 돌리지 않았다.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 더 바쁘다. 평일을 잘 보내기 위해서 주말에는 할 일이 많다. 휴일에 아이들의 점심까지 챙기고 나면 몸이 힘들다. 남편이 대학원에서 집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낮잠을 잤다. 저녁을 준비할 기운이 생겼다. 저녁 메뉴는 라면이라 남편이 준비하고 나는 깍두기를 담갔다. 나는 면요리를 요즘 잘 먹지 않는다. 소화력이 예전 같지 않다. 좋아하는 라면을 먹지 않은 내가 대견하다. 참아야 할 만큼 라면을 먹고 소화가 되지 않아 고생한 기억이 많아서다.
무엇을 하든 마음이 바쁘다. 식사 준비도 식사 시간도 설거지를 할 때도. 청소를 하면서도 마음은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 느긋하게 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쫓아오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조급하고 다급하다. 마음이 편한 시간은 모든 일을 다 끝냈을 때 잠깐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쫓기는 마음으로 보내는 게 맞는 걸까. 직장에 다니지 않는데 나는 왜 마음에 여유가 없을까. 직장에 다니지 않으니까 여유롭다고 착각했다. 나는 자주 초조하다.
글을 쓰는 시간은 편안하다.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은 잘 쓰고 싶다고 잘 써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가 가진 능력만큼 글이 써진다(작가 은유의 말). 글을 쓰는 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거나 자는 시간이라 조용하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다. 못난 내 마음을 만나도 괜찮다. 나만 아는 마음이니까.
자기 전, 내일 아침 메뉴를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끓인 된장국과 저녁에 담근 깍두기에 밥을 먹으면 되겠다. 아침에 일어나 초조하지 않은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해야겠다. 천천히 밥을 먹고 식구들이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 차분하게 설거지를 해봐야겠다.